서울 방배경찰서는 1일 필리핀의 국책사업권을 따내고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김모(32.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윤모(46.여)씨 등에게 "필리핀 정부로부터 9천억원 상당의 외자유치 약속과 50만톤 규모의 납 채굴 사업권을 받았다"고 속여 2003년부터 최근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16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윤씨가 갖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의 30억원짜리 약속어음을 할인해주겠다고 넘겨받은 뒤 이를 사채 시장에 유통시켜 30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64)는 1980년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65)씨와 20여년 동안 동거해왔으며, 전씨와 어머니가 1990년대 말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 수시로 필리핀과 한국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김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전씨와 함께 지내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필리핀 정부로부터 한국의 전직 대통령 가족 예우를 받고 있으며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은닉재산 420조원을 양도받았다"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어머니, 전씨와 함께 필리핀에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영부인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보여주며 친분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다닌다는 첩보를 입수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필리핀 마닐라로 출국하려는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또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고 있는 전씨가 이번 사건에 연루돼 있는지와 어머니의 공모 여부 등을 함께 조사 중이며 조만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여태까지 사건 관계자 22명을 조사했지만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꺼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윤씨를 비롯한 4명 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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