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간 물량 배정과 가격 결정 등을 담합하려 하니 허가해주시기 바랍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경제 최대의 적'으로 지목해 척결 중인 담합(카르텔)을 할 테니 허가해달라는 '희한한' 신청이 공정위에 접수됐다.
4일 공정위에 따르면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소속 1권역(목포시.무안군.신안군.영암군대불단지) 소재 9개 회원사는 최근 공정위에 공동행위 인가 신청을 냈다.
이는 경쟁제한성을 갖고 있는 공동행위라도 일정한 경우에는 공정위의 인가를 받아 시행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상 '공동행위의 예외적 인가제도'에 따른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발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의 조정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등의 경우 인가시 이런 효과가 경쟁제한 효과보다 크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담합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담합이 거래 상대방 등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운용해 지금까지 인가를 받아 시행한 담합은 총 7건에 불과하며, 특히 최근 10년 사이 인가를 받은 사례는 전혀 없을 만큼 희귀한 제도다.
그나마 인가를 받아 시행됐던 7건도 업계의 불황 극복이나 산업구조의 조정 등에 관련된 사항은 없었으며 일정한 중소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행했다가 일정기한 내 종료한 것이 전부다.
이번에 신청한 9개사는 산업합리화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승인후 3년간 '서남권 레미콘사업본부'를 구성해 담합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9개사가 영업 및 일반관리, 물량배정 및 조정, 가격결정, 공동운송, 공동품질관리, 하자발생시 책임처리 등의 업무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관련 내용을 공고하고 레미콘 수요업계 등의 의견 수렴에 나섰으며 이들의 행위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 검토한 뒤 공정위 전원회의의 의결을 거쳐 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