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 관계자는 4일 "미국에 체류중인 병역의무자 가운데 186명이 위조된 미국 대학의 입학허가서나 재학증명서를 제출해 병역연기 등 병역의무를 기피하고 있다는 제보가 올해 초 입수돼 그동안 자체 감사를 벌여왔다"며 "감사 결과, 17명 정도가 서류위조 혐의가 있는 것으로 1차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17명에 대해 현재 정밀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가 확정되면 이르면 다음주께 검찰에 고발조치와 함께 이들에 대한 국외여행 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초 제보자료에는 186명의 명단이 있었지만 감사 결과, 이름이 일치하지 않거나 이미 입영을 한 경우, 그리고 정상적인 서류를 제출한 사람 등이 뒤섞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병무청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이번 사건과 관련,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현지 유학원이 서류위조에 개입했고 유학원에서 발급한 허위 서류를 병역의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LA 총영사관 직원(행정원)이 이를 묵인, 병무청에 송부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LA 총영사관은 지난 3월 이 행정원을 해고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무행정에 또 다시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병무청은 그동안 해외에 체류중인 병역의무자들이 현지 공관을 통해 국외여행허가신청을 하면서 함께 제출한 현지 대학의 입학허가서나 재학증명서 서류가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특별한 검증절차 없이 국외여행허가신청을 허가해왔다.
이번 사건에서도 LA 총영사관 직원이 가짜인 줄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하고 보낸 관련 서류를 병무청은 그대로 믿고 허가를 해준 것이다.
이 때문에 병무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미 재외공관을 통해 들어오는 국외여행허가신청서와 관련한 서류에 대한 해당학교 문의 등 철저한 검증을 실시하도록 각 지방병무청에 시달했다.
병무청은 인터넷이나 직접 방문을 통해 접수하는 경우에는 이미 관련 서류에 대해 직접 검증을 해왔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가짜유학생 병역회피 사건과 관련, 유명병원장이나 대학교수, 대기업 상사 주재원 등 사회지도층 자제들이 포함돼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병무청은 "병적관련 자료에는 병역의무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만 담겨 있기 때문에 관련자 부모의 직업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병역의무자는 약 15만∼17만 명에 이르고 있고 이 가운데 허가된 체류기간을 어기고 귀국하지 않은 인원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18명이다.
연도별 미귀국자는 2005년 78명에서 지난해 111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한편, 만 25세 이상의 병역의무자들은 해외에 나갈 때 병무청에 국외여행허가신청을 받아야 한다. 만 24세 이하의 병역의무자들은 해외에 나갈 때 국외여행허가가 필요 없지만 해외에 체류하다 만 25세가 되면 그 해 1월15일까지 병무청에 국외여행허가신청을 해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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