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범여권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통합 및 후보단일화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대선구도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자 범여권 일각에서 지난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고 건 전 국무총리를 대안후보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어 대선 막판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신당 정동영 대선후보는 11일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를 포함한 통합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정 후보는 이날 범여권 통합의 원칙으로 ▲흡수통합이 아닌 일 대 일, 당 대 당 통합 ▲민주당과의 우선 통합 후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협상에 들어가는 '2단계 통합론'을 내세웠다.
정 후보는 "우리가 하나 되는 것만이 한나라당과 수구세력의 집권을 막는 일"이라면서 "작은 이해관계나 득실은 대의 앞에 너무 소소한 부분이다. 일단 함께 하겠다는 큰 원칙에 합의한다면 그 다음의 문제는 열린 자세로 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이인제 후보와 박상천 대표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당과의 통합 및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으나 신당 정 후보의 회견내용이 원칙론에 그쳐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간담회를 취소했다.
정 후보가 회견을 통해 민주당과의 통합협상을 공식화하면서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 한 데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정 후보가 통합과 후보단일화의 동시추진, 정책에 있어 중도개혁정책으로의 복귀, 일 대 일, 당 대 당 통합을 명시한 점을 긍정 평가한다"면서도 "논의를 할 것을 제안했을 뿐 이상의 원칙적 문제에 대한 선명한 입장 표명이 아니고 TV토론 등 공정한 단일화 절차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당과 민주당의 통합협상이 물밑 접촉 수준을 넘어 공식적인 궤도에 진입했지만 앞으로 후보단일화 방법과 당 대 당 통합시 지분 배분 등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범여권 일각에서 '고건 대안론'이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고 전 총리는 10일 동숭동 자택을 떠나 지방에서 칩거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인 김덕봉 전 총리 공보수석비서관은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아침 고 전 총리와 연락을 했다"면서 "고 전 총리의 입장은 지난 1월 대선 불출마 및 불개입 선언을 한 데서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당 등 범여권 일각에서 고 전 총리에게 직.간접 채널을 통해 대선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고, 고 전 총리의 측근 사이에서도 전면 부인과는 다른 뉘앙스의 말이 나오고 있어 고 건 대안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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