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이회창 대선후보가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던 중 계란에 이마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3시15분께 대구 서문시장 입구에서 50여m 떨어진 J빌딩 내 상가를 걸어가던 중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신원 미상의 한 남성이 갑자기 던진 계란에 맞았다.
이 남성이 던진 계란은 이 후보 바로 뒤편에 있던 유리문에 맞아 파편이 튀었고, 이 파편이 이 후보의 왼쪽 이마에 묻은 것. 이 후보는 다른 상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하자 이 후보 경호팀은 후보를 옷가지로 덮어씌운 뒤 인근 상가연합 사무실로 데려가 신변을 보호했고, 나머지 경호팀은 계란을 던진 이 남성을 현장에서 붙잡아 현지 경찰에 인계했다.
이 후보는 상가연합 사무실에서 10여분간 안정을 취한 뒤 모자를 쓴 채로 사무실을 나와 다시 시장을 5분여간 걸어다니며 시민들을 만났고, 이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한편 계란을 투척한 인물은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17대 대선에 재출마한 이 후보의 정치적 행보에 실망한 30대 회사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계란투척 후 대구 중부경찰서에 연행된 모 신용대출업체 직원 이모(32)씨는 "수년 전부터 이 후보를 지지해왔는데 경선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번 대선에 재출마해 실망이 컸다"고 진술했다.
신용대출업 특성상 서문시장을 거의 매일 찾고 있다는 이씨는 "영업상 서문시장을 찾아갔다가 이 후보가 온다는 말을 듣고 미리 들고 있던 계란 4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말을 많이 하는 업무 특성상 평소에도 계란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나라당 당원은 아니며 특별한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이씨의 말을 바탕으로 당원 여부를 비롯해 배후 세력이 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경찰은 특히 검찰과 협의해 이씨에 대해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237조의 '선거의 자유방해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