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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송환, 007작전 저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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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송환, 007작전 저리가라
  • 헤럴드 경제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11.1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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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첩보영화는 ‘저리 가라’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BBK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가 드디어 16일 오후 6시30분께 아시아나항공 OZ 201편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된다.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된 김씨는 도착 즉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0층 특별조사실로 이동해 BBK 주가 조작과 이 후보의 연루 의혹에 대해 집중수사를 받게 된다. .

김씨의 한국 송환을 둘러싸고 미국 연방보안국(마셜)과 한국에서 파견된 송환팀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치열한 두뇌싸움을 하는 등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첩보전을 벌였다. 특히 양국의 수사팀은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공항 활주로에서 김씨를 항공기에 태우는, 전혀 예상 밖의 작전을 펼쳤다.

김씨는 15일 오후 11시(한국시간)께 마셜의 차량을 타고 수감돼 있었던 로스앤젤레스 연방구치소를 나섰다. 한국 호송팀에 인계된 시간인 16일 오전 4시까지 6시간 동안 그의 행방은 묘연했다. 김씨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아침(현지시간 15일 오전 6시) 일단 그를 빼돌려 놓은 뒤, 시내 안전한 곳에서 취재진 동향을 살피며 한국행 비행기에 언제 오를지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다.

한ㆍ미 법무당국이 김씨의 국내 송환 절차를 베일에 가리기 위해 고민한 흔적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김씨의 송환이 임박해진 지난 12일부터 국내 언론사 취재진은 LA공항에서 하루 4, 5회씩 한국으로 떠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편을 밤낮으로 뒤지는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일부 취재진은 항공사 카운터를 이용하지 않고 김씨가 탑승할 것에 대비해 티켓을 발부받아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애초 이날 오전 3시10분 일본 경유 대한항공 KE 002편이나 같은 날 오전 4시5분 인천행 KE 018편에 탑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으나 ‘허사’였다.

검찰 호송팀은 이 두 편의 대한항공기에 타지 않고, 계류장이 아닌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기에 김씨를 전격 탑승시킴으로써 취재진의 접근을 원천 봉쇄했다. 한ㆍ미 법무당국과 아시아나항공 등 삼자가 ‘미리 짜놓은 각본’의 승리였다. 특히 LA 총영사관의 경찰 주재관과 접촉하고, 주재관이 인도 현장에 참석했던 전례가 깨지면서 한국 호송팀의 움직임조차 파악되지 않아 혼란은 더했다.

이처럼 양국이 극비리에 김씨를 송환한 것은 김씨의 ‘입’이 몰고 올 엄청난 파장 때문. 한나라당은 ‘제2의 김대업’ 사건을 예방해줄 것을 촉구하며 “불순한 문제가 생기면 전국적 ‘민란 수준’의 국민 저항이 올 것”이라고 검찰을 압박해왔다.

검찰은 김씨가 국내에 도착하면 1분여 동안 사진촬영만 허용한 뒤 일체의 인터뷰를 하지 않은 채 ‘감금 상태’에서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의 숙소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서울구치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잠을 재울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은 17일 오후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어 신병을 확보한 후 ▷이 후보가 BBK의 실질 소유주인지 여부 ▷이 후보가 BBK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됐는지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LA=김영환 특파원, 조동석ㆍ박세영 기자(dsch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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