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2002년 대선자금, 안기부 'X파일'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삼성은 상당히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지난달 말 법무팀장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가 차명계좌 운용과 계열사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폭로하면서 특검 추진 등 정치권이 이를 쟁점화하려하자 곤혼스러워하고 있다.
삼성은 다음달 1일이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임에도 삼성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려있는 있는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애초부터 대규모 행사는 자제키로 했으나 대선정국과 맞물려 특별검사 도입까지 추진되자 아예 행사 자체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 대기업을 대변하는 등 '색깔'이 분명한 만큼 친기업 정책 노선을 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올해 7월 최고경영자 강연회에서 조석래 회장이 "차기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발언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아 일대 홍역을 치렀다.
더욱이 조 회장은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부사장이 이명박 후보의 셋째딸 수연씨와 결혼하면서 이 후보와 간접적인 사돈관계가 됐기 때문에 당시 논란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효성 회장이기도 한 조 회장은 정치적인 발언을 일체 삼가고 있으며 전경련 역시 민감한 정치적 사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각 당의 대선후보 결정이 늦어지자 대선주자들에게 제시하는 정책 제안집인 '미래한국비전'을 내놓는 시기를 고심하다 예년보다 이를 늦게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등 다른 경제단체들도 정치적인 행사나 사안의 취급은 극히 자제하고 있으며 대선후보 초청 강연시에도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모두 불러 편파 시비를 차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타이어나 효성, 유한킴벌리 등 대선 후보와 직접 관련된 기업은 더욱 몸을 사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업계에서 회사의 주식이 '이명박주(株)'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조 부사장이 이명박 후보의 사위라는 점을 의식할 수 없을 정도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효성은 이명박 후보와 관계가 멀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문국현 후보가 20년 넘게 회사에 몸담으면서 펼쳤던 경영활동이 현재 후보로서 선보인 경제정책과 맞닿아 있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선을 그으려는 모습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문국현 후보에 호감을 가질지는 몰라도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 시절부터 정치와 무관하게 경영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대선후보와 얽힐 소지가 있어 조심하는 기업들도 있다.
롯데그룹은 그룹의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 건립에 대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부터 줄곧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후보 당선시 수혜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롯데는 대선 정국과 관련해서는 '각 후보 진영과 왕래도 없을 뿐더러 그룹 내에서도 대선을 의식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동빈 부회장도 지난 9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개점행사에서 "개인적으로 이 후보를 알고는 있으나 최근 만난 것은 몇년 전 뉴욕출장길 비행기에서 우연히 마주친 정도이며 우리측에서 (이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SK그룹은 최근 일각에서 '가족 행복'을 슬로건으로 들고 나온 정동영 후보과 키워드가 갖다는 점에서, 이명박 후보와는 고대 동창이라는 점에서 연결지으려는 움직임이 있는 데 대해 "무리하게 엮으려는 시도다"라면서 일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본연의 일 외에는 '2012년 세계박람회의 여수 유치'에만 매진하고 있을뿐 달아오르고 있는 대선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과거 현대그룹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과 일정 관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일각의 관측도 있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전혀 관계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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