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구속' 이후 검찰 수사가 BBK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연루 의혹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선을 한 달 앞둔 정치권의 사활을 건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대선후보 등록 이전(25∼26일)으로 예상되는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 내용에 따라 17대 대선 판도가 사실상 결정될 것이라는데 정치권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도 19일 "오늘부터 후보 등록을 하는 1주일간이 전체 판세의 70%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우리 운명이 걸려 있다"고 했다.
신당과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은 판세 역전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보고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연루 의혹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고, 비상체제에 들어간 한나라당은 당력을 총동원해 공세에 대응하는 한편 검찰에 대한 압박도 병행했다.
김경준 송환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여전히 30% 후반에서 40% 초반의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김씨 송환 이후 대선 정국의 불확실성을 반영하듯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늘고 있는 점은 변수이다.
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중앙선대위회의에서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진실의 날이 다가오자 한나라당이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지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국민과 검찰을 협박하고 민란을 선동하고 어제는 국가와의 전쟁이라는 망언까지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두환, 노태우(전 대통령)도 자기 비리를 감추기 위해 쿠데타를 한다는 말은 안 했다. 이 후보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못한 사람이냐"고 말했다.
정동영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우리 국민은 법 앞에서 떳떳한 대통령, 국민 앞에 떳떳한 대통령 을 원한다. 이명박 후보의 전과 14범 내역을 전부 국민 앞에 공개해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 후보 기소는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한나라당은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간섭할 일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후보교체를 준비하는 게 후보를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당은 또 자녀 '유령취업' 문제와 관련, 이 후보의 탈세 및 임대소득 탈루 의혹을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한편 이 후보 관련 의혹 축소 보도 등을 이유로 방송사 항의 방문에 나서기로 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 이혜연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고 협박해선 안된다"면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양심선언하고 다시 출발하라. 대선까지는 아직도 30일이나 남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BBK 정국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기 위해 이날 2차 지방투어를 끝으로 3차 지방투어는 당분간 유보하고 서울에 머무르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준 사건을 잔뜩 폭발물인 것 처럼 터뜨리고 있는데 우리가 볼 때는 불발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범여권이) 한 방을 기대했는데 헛방이 돼버리고 말았다. 김경준이 귀국해서 아무 것도 새로 드러난 것이 없다"면서 "김경준 효과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검찰에 대해서는 "모든 사건을 양심에 따라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안들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일부러 흘린다든지 왜곡되게 전파한다든지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국민 앞에 배신종합선물세트 밖에 줄 것이 없는 정동영씨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면서 "깨끗이 후보를 사퇴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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