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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퍼스트' 외치면서 '접속장애' 책임엔 뒷짐지는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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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디지털 퍼스트' 외치면서 '접속장애' 책임엔 뒷짐지는 증권사들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0.10.07 0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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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의 주식거래 수단이 오프라인에서 비대면 채널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주식거래 시스템에서 빈번하게 접속장애가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을 계기로 신규 고객들에게 거래수수료 할인, 투자지원금 제공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불꽃튀는 유치전을 벌였다. 하지만 접속자들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접속장애로 인한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국내외 이벤트가 발생하면 증권사 트레이딩 시스템이 일시 먹통이 되는 사건이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개선이 되긴커녕 갈수록 그 빈도가 더욱 잦다는 게 문제다.

지난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외 증시 유동성이 급격하게 커질 당시 국내 주요 증권사의 트레이딩 시스템인 MTS와 HTS에서  일시 장애 현상이 다수 발생했다. 이후에도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을 비롯해 일부 대형사 MTS에서 접속장애가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공모주 청약 열풍까지 불면서 주식투자 고객 뿐만 아니라 공모주 청약 고객까지 몰리며 접속 장애가 더욱 빈번해졌다. 지난 9월 초 진행됐던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당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MTS가 일시 먹통되면서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으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입장이지만 청약 전부터 이미 접속장애 발생 가능성이 충분히 예측됐다는 점에서 증권사들의 대응이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HTS와 MTS 거래 비중이 60~70%에 달하지만 접속장애 발생시 증권사들의 대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데 있다. 증권사들은 장애 발생시마다 서버 용량을 늘리고 적극적인 보상책을 제시했다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다르다.

일례로 개인 브로커리지 점유율 1위 증권사인 키움증권은 올 들어 무려 9차례나 트레이딩 시스템접속장애 발생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장애 발생시 대체주문을 하기 위한 'ARS 주문' 역시 거래 지연이 반복되는 등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접속장애 관련 보상안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거래 지연 당시 화면캡쳐, 대체주문을 통해 거래 흔적 제시 등 피해에 대한 입증 책임을 오롯이 투자자에게 요구한다는 점도 그중 하나다.

접속장애 관련 증권사들의 실제 보상규모도 적은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실에 따르면 2018~2019년도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의 접속장애 관련 민원 대비 보상율은 54.2%로 절반에 그쳤다.

투자자들의 불편이 날로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디지털 퍼스트 정책'을 유지하며 비대면 채널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신규 및 휴면고객에게 제공되는 국내·해외주식거래수수료 할인 혜택도 비대면 계좌 고객만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자 장려금 제공, 타사 주식이전 고객에게 제공하는 현금 지원 등 각종 이벤트 대상 역시 비대면 계좌 고객에 한정돼 있다.

앞서 언급한 공모주 청약 역시 다수 증권사들은 온라인 청약 고객에 한해 청약 수수료를 받지 않고 있고 일부 증권사는 청약 기간에는 온라인에서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 채널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으로 몰리는 고객을 분산시키려는 조치지만 비대면 고객에게 모든 혜택을 몰아주고 정작 비대면 채널의 접속장애 발생시 투자자 구제에는 뒷짐을 지는 증권사들의 대응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증권업 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서 비대면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고객들에게도 효용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제적인 피해 예방이 뒷받침되지 않고 투자자 구제방안이 미흡한 '디지털 퍼스트'는 공염불이 될 수 있음을 금융회사들은 기억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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