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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민원은 메일로만?…전화연결안되고 앵무새 기계 답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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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민원은 메일로만?…전화연결안되고 앵무새 기계 답신만
일부 대형사만 고객센터 운영...소통 너무 어려워
  • 김경애 기자 seok@csnews.co.kr
  • 승인 2020.12.3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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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강원 춘천시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웹젠의 PC 온라인 게임 'R2'를 매달 10만 원 가량 과금하며 10년 넘게 즐겨온 유료서버 이용자다. 지난 10월 게임 내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90만 원 가까이를 쏟아부어 장비 등의 유료 아이템을 마련하던 중 돌연간 계정을 전면 차단 당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했으나 평일 오후인데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메일로 문의 결과 불법 프로그램(핵)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계정 정상화가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에도 계속 항의했으나 계정정지는 한 달 넘게 지속됐다. 결과적으로 게임사 실수로 판명돼 계정이 복구됐고 7만 원 상당의 유료 서버 90일 이용권이 보상으로 주어졌다. 이 씨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메일로 항의하면 이틀 후 기계적인 답변만 올뿐 어떤 조치도 없었다. 결국 이벤트에 맞춰 준비한 아이템들이 무용지물이 돼 90만 원을 날려버린 셈이 됐다"고 억울해 했다.
 
▲계정 영구정지사유와 계정 복구 문의에 대한 매크로식 답변.
▲계정 영구정지사유와 계정 복구 문의에 대한 매크로식 답변.

#사례2 경기 양주시에 사는 유 모(남)씨는 위메이드의 모바일 RPG '미르4'를 한 달여간 이용하면서 접속장애 등의 잦은 버그와 하루 한번꼴로 이뤄지는 서버 점검으로 게임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의 메일을 보내면 두어시간 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매크로 답변이 달린다. 미르4 공식 홈페이지에 명시된 고객센터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별도 유선 상담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안내음이 들려온다. 유 씨는 점검을 자주하는데도 버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고 고객센터에 항의해도 무성의한 답변이 돌아온다며 분개했다. 유 씨는 "운이 좋은 날에는 점검이 30분 만에 완료되기도 하지만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과금한 만큼 게임을 충분히 즐길 수 없어 답답한데 제대로 된 상담조차 불가능하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 미르4 고객센터 불통과 매크로 답변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 미르4 고객센터 불통과 매크로 답변에 대한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

메일로만 소통해야 하는 일부 국내 게임사의 고객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소비자 원성이 높다. 

▶결제 시스템 오류로 인한 환불이나 ▶일방적인 계정 영구정지 처분 ▶잦은 버그·점검 등에 대해 항의하고 싶어도 고객센터 전화는 자동응답 멘트만 들려올 뿐 매번 불통이다. 

1:1로 문의하면 한 시간도 안 돼 기계적으로 자동 날리는 '매크로'식의 메일이 날라오거나 답변 글이 달릴 뿐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국내 게임사들의 유선 고객센터 운영 현황을 살펴본 결과 게임사 대다수가 전화 상담을 따로 운영하지 않고 1:1 문의 또는 메일로만 소통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NC), 펄어비스, 컴투스, 카카오게임즈, NHN, 게임빌, 그라비티, 스마일게이트 등 대형 게임사들은 전화 연결이 가능했다.

위메이드나 조이시티, 웹젠 등 중소 게임사들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명시해놓고 있으나 막상 전화를 하면 통화 연결음이 몇번 울리고 끊기거나 '업무시간이 종료됐다'는 멘트만 들려올 뿐 좀처럼 연결되지 않았다. 일부 게임사에서는 오로지 1:1 문의 또는 메일로만 소통 가능하다고 못박아 버렸다.

이로 인해 유저들은 한 시간이 넘는 긴 접속 대기와 잦은 서버 점검, 튕김이나 아이템이 갑자기 사라지는 등의 버그, 사용하지 않거나 시스템 오류로 지급되지 않은 유료 재화에 대한 환불, 일방적인 계정정지 처분 등 불편 사항에 대한 문의를 서면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답변이 즉각 날라오는 것도 아닌데다가 대부분 매크로 답변이 돌아오고 있어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게임사들이 운영하는 공식 커뮤니티에서는 전화 연결이 안될뿐더러 1:1 문의를 남겨도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는 불만들이 넘쳐난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게임사 고객센터 전화 연결이 안 돼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비자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게임업계는 질 높은 소통 서비스를 요구하는 유저 입장에 공감하면서도 하루 수백 수천 건씩 쏟아지는 문의 글 대비 응대 가능한 직원 수가 턱없이 적고 유선상담 직원을 따로 둘 여건도 안 돼 당장의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사 고객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수많은 유저들이 게임사 고객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는 제조업 등과는 달리 일정 수입이 항상 확보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CS(Customer Satisfaction, 고객만족)팀 운영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는 CS팀 운영 역량이 충분한 반면 규모가 작은 게임사들은 대응 직원이 적어 전화 상담이 어렵고 매크로 답변이 불가피하다. 구글에서 CS 운영이 버거운 중소 게임사에 CS를 대신 해주는 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외부 용역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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