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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호가 재규어랜드로버 2년간 무려 30번 정비, 운행할 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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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호가 재규어랜드로버 2년간 무려 30번 정비, 운행할 틈 없어
  • 김승직 기자 csksj0101@csnews.co.kr
  • 승인 2021.01.0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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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 차량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난 2년간 30번 넘게 AS를 진행하고 지난해 11월엔 5번이나 정비를 받느라 차량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더욱이 업체 측은 대차 서비스 등 대안 마련에도 무책임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상북도 의성군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2018년 재규어 XJL을 7000만 원 가량에 구입했다. 이 씨는 전시 차량을 리스로 신차보다 저렴한 조건에 샀지만 원래 1억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급 모델이다.

하지만 이 씨는 지난 2년간 30번 이상의 고장을 경험했다. 진단코드가 영어로 나와 정확히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서비스센터 직원 설명에 따르면 전자안전장치와 엔진부 고장이 주였다고.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계속 엔진 경고등이 켜져 5번이나 서비스센터를 방문해야 했다. AS 후 이상 없다는 서비스센터 측 말과 달리 같은 문제가 반복돼 센터를 오가야 했다.

재규어랜드로버의 사후처리 방식은 특히 이 씨의 화를 키웠다. 차량 수리에 통상 1~2주가 걸리는 만큼 지난 2년 동안 적어도 6개월 이상은 차량을 이용하지 못했지만 이에 따른 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1~12월엔 하루 7~8만 원을 주고 렌터카를 이용해야 했다고.
 

▲오일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조치가 기록된 정비이력서
▲오일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조치가 기록된 정비이력서

이 씨가 제공한 정비이력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반복된 엔진 경고등의 원인은 '엔진부 누유'였다.

하지만 서비스센터 측은 한 달이 넘도록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오일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의 조치를 진행하다가 같은 해 12월 누유 문제를 발견했다.

엔진에 들어가는 공기를 제어하는 스로틀 바디에 이물질이 축적돼 엔진 오일이 역류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서비스센터 측은 스로틀 바디와 엔진 로커암 커버를 교체했고 문제는 일단락된 듯싶었다. 하지만 수리를 받은 지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엔진 경고등이 다시 점멸했다.

▲누유 문제 확인 후 스로틀 바디, 엔진 로커암 커버 교체 조치가 기록된 정비이력서
▲누유 문제 확인 후 스로틀 바디, 엔진 로커암 커버 교체 조치가 기록된 정비이력서

이 씨는 다시 서비스센터를 방문했고 이번 AS엔 190만 원의 수리비가 청구됐다.

이 씨는 구매 당시 받은 '20만km 보증' 혜택을 이용한 무상수리 대상이었지만 서비스센터 측은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수리 부위가 특수하다며 비용을 받아갔다는 것이 이 씨의 주장이다.

이 씨는 “30번 넘게 수리한 것은 둘째 치더라도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될텐데 정상적인 운행이 가능하겠냐”며 “차량 문제로 지난해 11월부터 한 달 반 동안 렌터카를 이용해야 했음에도 재규어랜드로버 측은 대차서비스등의 보상도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차량에서 엔진부 이상이 반복되고 있지만 곧 무상 보증기간이 끝나 이 씨의 걱정이 큰 상황이다.

▲엔진 경고등이 켜진 계기판.
▲엔진 경고등이 켜진 계기판.

재규어랜드로버의 잦은 고장과 사후처리 미흡에 대한 지적은 줄곧 있어 왔다.

2018년 미국 시장조사업체 JD 파워가 발표한 ‘브랜드 차량 100대당 문제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규어는 130점으로 최악의 브랜드로 꼽혔다. 랜드로버는 123점으로 재규어에 이어 두 번째로 낙제점을 받았다. 이 조사에서 브랜드별 평점은 93점이었다.

국내에선 지난해 디스커버리5 차량 천장에서 물이 쏟아지고 앞 유리로 물이 새는 등의 누수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후방카메라·모니터 미작동 및 각종 잔 고장, 부품 미장착, 디젤엔진 크랭크축 결함에 따른 엔진 꺼짐 현상 등의 문제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불만이 커졌다.

당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후처리에서 부족한 점이 발생했다. AS센터와 근무 인력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2018년 1만5473대를 판매해 수입차 판매량 기준 4위에 오르는 등 사업을 키웠다. 반면 그에 따른 AS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해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도 서대구에 신규서비스센터를 오픈하는 등 AS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이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할 당시 무상으로 20만km 보증 혜택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 지원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차량을 운행하면서 생긴 불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이 소비자의 차량이 무상보증 기간인 것은 맞지만 마지막 수리 부위인 배기가스 관련 부품은 국내법에 따라 보증 대상이 아니다”고 전했다.

배기가스 제품은 환경규제에 따라 보증 기간 7년, 주행 거리 12만km까지만 무상 수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씨 차량의 주행 거리는 수리일 기준 15만km가 넘어 보증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규어랜드로버 관계자는 “보증기간이 종료된다고 해도 문제에 따라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 대차서비스는 서비스센터의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소비자에게도 이전에 대차서비스가 제공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지난 2년간 이 씨의 수리 이력 중에 사고가 포함돼 있었지만 가벼운 접촉사고로 범퍼만 파손됐을 뿐 엔진부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 이 씨는 대차 서비스를 받은 적은 하지만 가장 피해가 심했던 지난해 말엔 서비스 이용을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승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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