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30위 이내의 상장 건설사 9개사 가운데 전년에 비해 매출이 증가한 곳이 4개로 절반을 밑돌았고, 영업이익 역시 4개사만 증가했다. 이들 건설사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어난 곳은 DL이앤씨(대표 마창민, 구 대림산업)와 대림건설(대표 조남창, 구 삼호) 뿐이다.
대림건설과 대우건설(대표 김형)은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었고, HDC현대산업개발(대표 권순호·정경구)과 대림건설, DL이앤씨는 영업이익률이 10%대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효성중공업(대표 김동우)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이 13% 줄었고 현대건설(대표 박동욱)도 영업이익이 36% 감소했다.
2일 금융감독원과 각사 IR 자료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30위 이내 건설사 기준으로 실적을 공시한 상장사 9곳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 1.3% 2.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6.84%에서 6.76%로 소폭 하락했다.
9개사 가운데 전년에 비해 매출이 늘어난 곳은 삼성물산(대표 오세철)과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대림건설 등 4개사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DL이앤씨와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대림건설 4개사가 증가했다.
견고한 국내 주택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현대케미칼 HPC(중질유 분해 설비) 프로젝트(패키지-1) 현장 등 국내 대규모 플랜트 공정이 본격화되면서 코로나19 여파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영업이익은 5490억 원으로 회사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직간접 비용을 선반영하는 보수적 회계 처리로 영업이익이 36.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도급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플랜트 공정 호조 등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한 11조70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현대건설 뒤를 이었다. 영업이익은 소폭(-1.7%) 감소한 5310억 원이다.
DL이앤씨는 기업분할 이전 기준으로 매출 10조2650억 원과 영업이익 1조1781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이익률 11.48%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 영업이익은 4.2% 늘어났다.
특히 DL이앤씨는 대형 건설사 중 유일하게 2019년과 마찬가지로 영업이익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며 준수한 사업성을 보였다. 주택사업에서는 업계 최고의 이익률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우건설은 영업이익이 상장 건설사 9곳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했다. 55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3.3%나 늘어났다. 매출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소폭(-6%) 감소한 8조1367억 원을 기록했다.
대우건설 측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65% 늘어나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6.86%로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도급순위 9위인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은 3조6702억 원으로 13%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5857억 원으로 6.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5.96%로 상장 건설사 9곳 중 가장 높았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인천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인천신항 배후단지 개발사업,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등 주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종합 디벨로퍼로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종합금융부동산기업으로 힘차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건설은 대형 건설사 대비로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큰 폭으로 늘어 눈길을 끌었다.
매출은 35.5% 늘어난 1조7346억 원, 영업이익은 42.2% 늘어난 2034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1.72%로 HDC현대산업개발 다음으로 높았다.
지난해 7월 1일 삼호와 고려개발 합병으로 몸집이 커진 데다가 민간주택, 공공건축 등 전 사업 부문이 크게 성장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대표 최성안)은 전년 대비 5.6% 늘어난 6조7251억 원의 매출과 8.9% 감소한 35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연간 실적 전망치로 제시된 매출 6조 원과 영업이익 3400억 원을 모두 초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불확실한 대외환경에서도 모듈공법 적용 등 사업 수행 혁신으로 현장작업 리스크를 최소화해 큰 차질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또한 전사적 경영혁신 및 원가절감 노력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견고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반면 효성중공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건설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매출은 34.9% 줄어든 1조2878억 원, 영업이익은 53.2% 감소한 700억 원이다. 영업이익률은 1.97%포인트 감소한 1.4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해외 수주가 코로나19 장기화로 감소하고 사업 일정도 지연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올해 매출 목표가 지난해 대비로 상장 건설사 5곳 중 가장 높았다. 지난해보다 20.4% 늘어난 9조8000억 원이 올해의 목표 매출이다. 뒤 이어 현대건설이 지난해 대비 10.2% 높은 18조7000억 원을 올해 매출 목표로 제시했다.
신규수주는 GS건설이 유일하게 늘어난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보다 10.4% 늘어난 13조7000억 원을 올해 수주 목표로 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경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