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도입한 펀드리콜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10년 운영에도 실적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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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사 도입한 펀드리콜제 자본시장법 위반 논란...10년 운영에도 실적 '無'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1.03.1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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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은행과 증권사들이 ‘펀드리콜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실질적 활용이 불가능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투자자가 입은 손실을 추후 보전해주는 방식이 자본시장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미 10년 전부터 증권사에서 펀드리콜제를 시행중이지만 실제 소비자 요구로 ‘리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임‧옵티머스 등 펀드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자 2019년 10월경 하나은행, 지난해 6월 우리은행이 펀드리콜제(투자상품 리콜제)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펀드리콜제는 자동차, 전자제품 등 제조업체가 판매한 상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리콜’하는 것처럼 증권사가 고객에게 투자 위험성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판매해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소비자가 불완전판매를 통해 투자 상품에 가입해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증권사가 떠안겠다는 취지다.

다만 현재 도입중인 펀드리콜제는 일정 기간 펀드 시작을 미뤄 청약철회를 가능케하는 ‘투자자 숙려제’에 가까우며 소비자 보호에 대한 실효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년 전부터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펀드리콜제’를 도입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등 4곳은 2010년부터 펀드리콜제 또는 펀드리콜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리콜이 된 사례는 단 7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2013년 1월 한화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의 미스터리쇼핑 결과에 반성하며 고객 신뢰회복의 일환으로 7계좌(총 가입금액 1억7880만 원)를 자발적으로 ‘리콜’한 것이다. 원 취지대로 소비자가 직접 펀드리콜제를 신청해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셈이다.

금융지식이 부족한 소비자가 금융사를 상대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소법 시행 이후에는 소비자의 입증 책임이 가벼워지고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형태로 바뀌게 되지만 여전히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펀드리콜제는 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시행되는 '해피콜'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 책임을 떠넘기는 면피용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도입이 아닌 금융당국 차원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펀드리콜제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 제55조(손실보전 등의 금지) 제2항에 따르면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더라도 '리콜' 행위에 제동이 걸린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불완전판매 처리에 대한 기준이 마땅치 않다보니 실제로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 리콜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며 “금소법이 적용돼 금융사에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 하더라도 작정하고 사기를 친 것이 아니라면 리콜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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