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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⑧-택배사] 15만 원짜리 가방 배송 중 분실됐는데...택배사-대리점 핑퐁에 판매자가 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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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⑧-택배사] 15만 원짜리 가방 배송 중 분실됐는데...택배사-대리점 핑퐁에 판매자가 환불?
본사, 대리점과 브랜드 사용 및 물품운송에만 관여
  • 김민국 기자 kimmk1995@csnews.co.kr
  • 승인 2021.05.20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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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이나 배달앱, SNS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플랫폼)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 외에 플랫폼 제공 기업에도 책임을 묻는 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플랫폼 운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음에도 소비자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러나 온라인의 플랫폼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가맹제도에 있어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믿고 거래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본사는 가맹점 뒤에 숨어 뒷짐을 지고 있기 일쑤다. 법적으로 본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정도 전혀 없어 소비자 피해 구제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2021년 ‘뿔난 소비자, 뒷짐진 본사' 기획 시리즈를 통해 가맹제도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연대 책임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 모(남)씨는 지난 1월 온라인몰에서 스마트워치 밴드를 주문했다가 분실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송은 CJ대한통운이 담당했으나 '배송완료' 메시지만 왔을 뿐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해도 "담당 대리점에 연결해주겠다"는 말뿐이었다. 대리점과 연락이 닿았으나 배송을 담당한 택배기사는 자신의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열흘 간 본사와 대리점에 지속 항의하다가 간신히 대리점을 통해 보상받았다"며 황당해했다.

# 수원 권선구에 사는 윤 모(남)씨는 올해 초 온라인몰에서 산 15만 원짜리 가방이 배송 중 분실됐으나 책임지는 이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두 달이 지나도록 배송되지 않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문의하니 "지역 담당 대리점에 연락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고 대리점 측은 "본사에 배상가능 여부를 문의하라"며 서로 책임을 미뤘다. 윤 씨는 "판매자에게 문의해 환불받을 수 있었다"며 "배송 중 상품이 사라졌는데 택배사와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미뤄 황당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경기 용인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이사갈 집에 미리 사용하던 믹서기, 밀폐용기, 전자제품 등 18만 원 상당의 물품을 한진택배를 통해 보냈다가 파손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배송된 상태를 보니 택배상자는 찢겨 있고 내용물도 모두 깨진 상태였다. 고객센터에 연락했으나 “해당 영업소에 전달해주겠다”는 답변만 남긴 채 회신을 주지 않았다. 이후 15차례 정도 더 연락했으나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 됐다. 김 씨는 "현재까지 파손된 물건에 대한 배상을 받지 못했다"며 억울해했다.

# 경기 성남시에 사는 휴대전화 매장 운영자 김 모(남)씨는 로젠택배를 통해 손님에게 줄 휴대전화 용품을 배송받기로 했으나 담당 택배기사가 분실하는 바람에 고객의 원성을 사야 했다. 그러나 택배업체 대리점서는 사과도 없이 "분실신고를 하라"고 해 고객센터에 연락했으나 "구두 경고를 하는 것 외에 다른 조치는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고. 민 씨는 "지속적으로 항의한 끝에 대리점에서 겨우 보상을 받았다"며 "상품을 분실해놓고 본사와 대리점 모두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했다.

# 경북 경산시에서 사업하는 오 모(남)씨는 지난 3월 판매 제품을 경동택배를 통해 고객에게 배송했다. 그러나 고객에게서 제품이 깨진 상태로 배송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대리점에 항의했으나 "애초부터 택배 포장이 불량해 보상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본사 고객센터도 대리점에 직접 문의해야 한다며 등을 돌렸다. 오 씨는 "본사와 대리점에 번갈아가며 지속적으로 연락했으나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상태"라며 "본사와 대리점이 서로 책임을 미루니 소비자 입장에선 막막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택배를 보내고 받는 과정에서 분실이나 파손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본사와 대리점 간 배상책임을 미뤄 피로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꾸준하다.

본사에 항의하면 "대리점에 전달하겠다", "택배기사와 협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대리점에서는 "본사와 협의하라"고 떠넘기기 일쑤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로젠택배, 경동택배 등 물품 배송 사고 시 배상 절차가 늦어 불편을 겪었다는 소비자 불만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택배업체는 본사가 분실이나 파손 사고시 배상에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본사 고객센터, 대리점과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잦고 연락이 닿는다 해도 “해당 영업소에 문의해보겠다”, “본사에 문의해봐야 한다” 등의 회피성 답변만 받았다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는 안전한 배송을 위해 이름있는 택배사를 선택하는데 막상 배송사고가 생기면 본사가 적극 해결에 나서지 않는 셈이다.

이는 택배사와 대리점 간 계약관계로 대등한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체 본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브랜드 사용과 물품 운송에 대한 내용만 관여할 뿐 그 이상 제재는 하지 못 한다. 때문에 소비자와의 분쟁 책임이 대리점에 있을 경우 본사는 팔짱을 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위해 수급사업자와 원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준수사항에 대해서만 명시하고 있다. 배송 분실 사고에 따른 피해에 대한 보상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하도급법 제18조(부당한 경영간섭의 금지)는 ‘원사업자는 하도급거래량을 조절하는 방법 등을 이용하여 수급사업자의 경영에 간섭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와 대리점은 수직 관계가 아닌 ‘운송 계약’으로만 맺어진 관계다. 따라서 배송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대리점에 직접적인 패널티를 가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사고에 대한 배상 주체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본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다만 명확하게 책임 여부를 가릴 수 없는 건은 본사에서 처리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조치를 할 수 없는 만큼 사실 관계를 조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조사 기간 만큼 배상도 지연 될 수가 있다”라고 말했다.

현행 소비자법엔 분실·파손 등 배송 사고 발생 시 배상 기준에 대한 가이드가 명시돼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소비자가 과실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 해 사실상 사문화된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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