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조사가 길어지고 있고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으로 금융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분쟁조정이 졸속으로 진행되기보다 계약취소가 전제된 분쟁조정을 원하고 있어 이후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독일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는 독일 현지 문화유산에 등재된 건물을 매입한 뒤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인 반자란운용의 사모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이다.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국내 은행과 증권사에서 약 5278억 원이 판매됐지만 관련 사업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이 중단돼 현재 약 5072억 원이 환매중단됐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는 이탈리아 병원들이 지방정부에 청구할 진료비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이탈리아 지방정부가 재정난을 겪자 매출채권 회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환매중단으로 이어졌다. 하나은행이 약 1500억 원으로 가장 많이 판매했고 이 중 약 500억 원이 환매중단됐다.

◆ 금감원 "분조위 개최 미정"... 피해자들 "공정한 분쟁조정 원한다"
금감원은 당초 두 사모펀드의 분쟁조정을 지난해 상반기 완료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지만 현재 1년 가까이 분쟁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분쟁조정이 지연되는 주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분쟁조정과 판매회사에 대한 제재절차가 줄줄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해당 펀드의 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와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도 지난 달에서야 마무리했다.
두 펀드에 대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는 제재심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입증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재심에서 신한금융투자는 헤리티지펀드 판매 과정에서 부당권유 금지 규정을 위반한 점이 인정돼 제재를 받았고 하나은행은 지난 달 제재심에서 11종 사모펀드 판매 당시 불완전판매가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돼 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해당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로 올해 초 조직개편 및 정기인사가 시행되면서 담당자가 모두 바뀌었고 추가적으로 조사할 사안이 있어 시기를 조율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아닌 '계약취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점에서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불완전판매가 아닌 애초에 설계부터 잘못된 사기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외에 있는 기초자산에 대한 진위여부 등 구체적인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인사가 단행된 이후 분쟁조정 계획을 수립 중이고 기본적으로 최대한 빠르게 분쟁조정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현재도 관련 펀드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과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피해자 단체들은 두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하고 충분히 자료가 축적된 상태에서 열리기를 원한다는 입장이다.
헤리티지펀드 피해자들은 당초 지난해 12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분조위에 대해서도 금감원 측이 연내 분쟁조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 무리하게 개최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이 분쟁조정을 신청한 피해자 6명 중에서 2명을 선정해 분조위에 회부하려고 했는데 공교롭게 2명 모두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분조위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없다고 판단해 분조위 진행을 거부했다는 것이 대책위 측의 입장이다.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져 분조위 일정을 내년 초로 연기한다는 금감원의 공식 입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지난 22일 금감원 앞에서 열린 피해자대책위 집회에서 만난 한 피해자는 "금감원이 아무런 정보 없이 분조위 개최 이틀 전에 분조위 회부 당사자에게 통보하는 등 밀실 운영에 가까웠다"면서 "회부된 2명 모두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분들이어서 공정하지 못한 분조위가 될 것을 우려해 분조위 개최를 강력 거부했다"고 밝혔다.
홍영표 대책위 대표는 "피해자들은 분조위가 빨리 개최되는 것보다 금융회사와 피해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분쟁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하고 있다"면서 "동등한 입장에서 분쟁조정이 가능하다면 빠른 개최를 요구한다"고 답답해했다.
한편 해당 펀드의 판매사들은 원금상환이 지연된 고객들에게 투자원금의 50%를 가지급한 상태로 금감원 분쟁조정 결정에 따라 배상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