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프로그램은 3개의 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이어졌고 참석은 고려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이성엽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이병준 교수, 강릉원주대학교 법학과 정신동 교수, 경찰대학교 법학과 정혜련 교수 등이 자리했다.

이병준 교수는 “리걸테크는 이미 사업자 간 거래(B2B)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으나 점차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B2C) 시장에서도 법률소비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소비자에게 제공되고 있는 리걸테크 서비스는 소비자에게 문제되는 사항을 직접 입력하게 하고, 가능하면 변호사의 조력 없이 입력된 내용을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형성된 법률정보를 제공하거나 법률 서비스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다.
이병준 교수는 리걸테크를 통해 ▲소비자가 직면한 법률문제에 대해 일반적인 인식 수준을 높이고 궁극적인 분쟁 해결에 기여 ▲전통적인 법률 서비스 시장에 비해 접근성이 높고 가격이 저렴해 피해구제에 있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힐 수 있음 ▲‘인간’ 변호사가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줄임으로써 법률 자문 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기여 ▲기존 법률시장에 존재하는 비용의 장벽을 낮춤으로써 법률소비자의 사법에 의한 접근권을 높일 수 있는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어 이 기술에 의한 위험요소에 대해 ▲정보 사각지대에 있는 정보취약계층을 배제해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 ▲법률서비스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경우 우려되는 비합리적 선택 등을 언급했다.
또 그는 “AI 기술을 활용하는 리걸테크 시스템은 정보 수집 및 작동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며 “이러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시스템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 문제와 리걸테크 서비스의 적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병준 교수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리걸테크 서비스의 정확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필요 ▲리걸테크 서비스를 이용한 법률소비자의 권리구제 수단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 ▲리걸테크 서비스에 내재하는 대표성의 문제와 공적 가치 결정의 숨겨진 사유화 위험의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등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리걸테크의 법적 규제에 관한 논의는 아직 시작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소비자 보호, 법률시장, 변호사 직역과 사법에 대한 접근권 사이에 존재하는 이익충돌의 문제를 충분히 고려한 적절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동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독일 법률 서비스 시장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지속됐다”며 “이러한 변혁에는 소위 리걸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동 교수는 “소비자 분쟁 해결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채권추심 서비스 제공자를 통해 활용하는 것은 과거 독일 소비자에게 낯선 것이었지만 최근 독일 소비자들에 있어서 채권추심업체의 매력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데는 2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첫 번째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디지털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간편한 접근성’이라는 측면에서의 매력이고 두 번째는 성공 여부에 좌우되는 보수가 약정되는데, 즉 보수는 오로지 리걸테크 기업이 고객들에게 채권을 실제로 추심할 수 있었던 경우에 한해서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신동 교수는 “리걸테크 기업에 의한 효과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사업모델을 허용하려면 소비자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법률적 조력을 받음에 있어서 해당 리걸테크 기업을 활용할 것인지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중요 사항에 대한 계약 체결 전 정보제공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소비자들이 리컬테크 기업을 활용하는 것 외에 다른 권리 구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을 안내할 의무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혜련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리걸테크 기업로 ‘주디카타(Judicata)’로 꼽았다. 그는 “이 기업은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조건을 입력하면 방대한 법률 및 판례 DB 등 법조기록 자료를 추출해 문서 형태로 제공하고 있고 검색 시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판사의 특성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디카타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영미법 계열의 국가에서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또 정혜련 교수는 법조인 측면에서도 리걸테크가 도움이 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대표적 리컬테크 기업인 ‘LegalZoom’은 법률 서비스 비용을 줄여 고객들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변호사와 잠재적 고객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혜련 교수는 “미국의 ‘e디스커버리 제도(전자증거개시제도)’가 리컬테크 산업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e디스커버리 제도는 미국의 소송 절차에서 공판 전에 개인이든 법인이든 관계없이 소송에 참여한 피고와 원고가 상호 필요에 따라 각각 소송과 관련된 증거를 남김없이 수집해서 공개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증거를 매우 중시하며 증거인멸을 매우 중하게 다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혜련 교수는 “전자문서에도 적용되는 e디스커버리제도 발달과 함께 분석해야 되는 문서가 많아지면서 분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또 이에 따라 미국의 문서를 분석하는 리컬테크 AI가 발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도 향후 ▲법률 데이터 공개 확대 방향으로 추진 ▲인공지능의 편향성 통제 방안 마련 ▲리걸데이터 및 리걸 인프라 조성 ▲인공지능 규제 방안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