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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입률 4%' 삼성전자 노조의 불편한 어깃장이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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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입률 4%' 삼성전자 노조의 불편한 어깃장이 계속되는 이유
  • 유성용 기자 sy@csnews.co.kr
  • 승인 2022.05.0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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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동조합이 2일 지난달 29일 사측과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임금협상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하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노조는 그간 삼성전자에 요구한 임금협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고용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삼성전자 사옥과 이재용 부회장 집 앞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었다. 삼성전자 경계현 사장과 만나 대화도 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모두 관철되지 않자 고발 강수를 뒀다.

직원 연봉을 높이고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취지는 노조의 본분에 맞는 일이겠지만, 노조의 행동을 바라보는 내외부에서의 시각은 차갑기 그지없다.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기 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무리한 갈등을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다.

일단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삼성전자가 직원 처우에 소홀했다거나, 임금협상에 무성의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평균 9%의 임금 인상을 결정했다. 직원 고과에 따라 최대 16.5%의 임금 인상이 가능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평균 연봉은 1억4000만 원이다. 올해는 최소 1억6000만 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당초 평균 7.5%의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노조의 잇따른 항의에 한 발 물러서 9%로 높여 합의했다. 최근 10년 내 7.5%가 최고 인상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파격적인 수준이다. 워라밸 향상을 위한 유급휴가도 3일 신설했고, 배우자 출산 휴가는 10일에서 15일로 확대됐다.

그런데도 노조는 연간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지난해 영업이익 51조6300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1인당 1억1734만 원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설비투자에 들인 48조 원의 약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TSMC, 인텔 등과 전 세계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다. 올해도 TSMC는 반도체 설비에 최대 53조 원, 인텔도 33조5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생존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고, 기업이 살아야 직원이 사는데 노조 요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려는 것과 다름없다.

자신들의 요구가 정당하고 전체 직원의 목소리를 낸다는 자신이 있다면, 고용부 조정신청을 통해 획득한 합법적 쟁의 권한에 따라 파업을 위한 직원 찬반투표를 열면 된다. 노조가 여러 차례 시위를 예고했을 때마다 항상 찬반투표 실시가 관심거리가 됐지만 정작 이와 관련해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회사가 기존에 없던 처우개선을 약속하고, 노사협의회에서도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서 정상적인 쟁의절차를 따르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노조가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삼성전자 노조는 직원 가입률이 4%에 불과해 사실 대표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경파가 노조활동을 주도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노조에 강경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사법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노조 활동을 허용하기로 약속한 데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번 노조의 고발 건만 봐도 그렇다. 그간 통상적으로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상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법적으로도 법 해석 문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공식 입장은 ‘노조와 성실히 대화해 간극을 좁히겠다’이다.

노조는 조합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사측에 맞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다만 다수가 통상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 소수 귀족 집단의 이기심 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노조는 약자로 인식되지만, 불과 4%의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의 거침 없는 행보는 전혀 그렇지 않게 여겨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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