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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과 소비자보호③] 신고제로 코인 거래소 150개 걸러냈지만 감독 기능 여전히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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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과 소비자보호③] 신고제로 코인 거래소 150개 걸러냈지만 감독 기능 여전히 공백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22.06.17 07: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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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열풍으로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 반면, 일확천금의 단꿈에 젖어 코인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보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과 관련해 제도와 규정이 정비되지 않아 피해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해도 구제 받을 방법도 막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피해를 당하고 있으며, 그 원인과 해법은 무엇인지를 심층 분석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암호화폐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던 2021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됐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난립하고 있지만 대체 가상자산 거래소가 몇 개인지, 누가 운영을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당국과 가상자산업계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가 2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거래소 신고제가 도입되자 이 가운데 상당수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정부는 특금법 시행 후 가상자산 거래소에 6개월의 신고 유예기간을 부여했는데 그 기간에 상당수 사업자들이 ‘먹튀’를 하거나 ‘일방적인 폐쇄 조치’를 선택했다. 당국의 승인 기준에 맞춰 정비를 마친 곳은 42개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8개 사업자는 기본 조건에 불과한 특금법 승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신고를 자진 철회했다.

결국 현재 운영 중인 사업자 수는 거래소가 26곳, 지갑보관 등 기타 사업자 8곳 등 총 34개다. 특금법 시행 이전에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얼마나 함량 미달이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맞춘 법률이어서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관리 감독에는 여전히 구멍이 나 있는 상태다. 현재 정치권과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업권법이 제정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이 도입될 경우 사업자수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 “4만 원만 내면 거래소 등록 완료”...부실 사업자 난립으로 투자금 횡령,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 잇달아

가상자산 사업자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무더기로 폐쇄한 이유는 그동안 사업자 운영 조건이나 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기준이 없다보니 통신판매업자 자격으로 지방자치단체에 수수료 4만 원만 내면 거래소 영업이 가능했다. 이에 200여 개가 넘는 거래소들이 난립했고 일부 거래소에서는 투자자금 횡령, 개인정보 유출 등 문제가 터져나왔다.

지난 2018년에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네스트’ 대표와 임직원들이 검찰에 구속됐다. 코인 상장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다며 수억 원의 비트코인을 받았고, K그룹이 발행한 코인도 1억5000만 원을 받아챙긴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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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네스트는 이름을 바꾸고 운영했지만 거래량 감소로 인해 2019년 4월 거래소를 폐쇄했다. 
이후 K그룹의 코인이 코인네스트에 상장됐고 시세 조종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것을 알았음에도 이를 묵인했다. 대법원은 코인네스트 김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코인네스트는 이름을 바꿔 운영하다 거래량 감소로 인해 2019년 4월 거래소를 폐쇄했다.

당시 거래량 기준 3위에 해당하는 ‘코인네스트’에서 벌어진 일인데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 중 첫 구속 사례 및 실형 사례가 관심이 쏠렸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소 ‘퓨어빗’은 자체 발행한 코인을 투자자에게 판매한 뒤 사이트를 돌연 폐쇄해 ‘먹튀’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퓨어빗 피해자는 4년이 지난 올해 4월, 일부 투자금을 환급받기도 했다.

2021년 5월에는 해외 유명 거래소 ‘바이비트’와 이름이 유사한 ‘비트바이’라는 거래소가 유튜브를 통해 코인 선물투자를 홍보하다 거래소를 폐쇄했다. 비트코인 마진 거래로 수십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를 모았지만 출금을 요청하면 시간을 끌었다.

◆ 거래소 신고제 도입하자 가상자산 사업자 4분의 3 사라져

특금법이 도입된 이후 150개가 넘는 거래소가 한번에 문을 닫았다. 2021년 3월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가 도입되고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되면서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금법 개정안은 2019년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놓은 코인 관련 권고안에 따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2020년 3월 본회의를 통과한 특금법 개정안에는 가상자산 부문이 '특례'로 포함돼 있다. 거래소를 ‘금융사’로 보고 코인을 이용한 자금 세탁이나 테라 자금조달을 규제하기 위해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주축으로 한다. 

특금법 개정안 제3장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한 특례’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며,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거래소들은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받아 2021년 9월까지 자금세탁 방지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 

금융당국이 특금법상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요건으로 제시한 내용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 확보 등 2가지였다. 거래소는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계약을 맺고 실명 입출금계좌 확인서 등 자료를 FIU에 제출해야 영업을 할 수 있다.

이중에서 정보보호관리체계를 획득할 경우 코인마켓 운영이 가능하고, 2가지 모두 확보하면 코인마켓과 더불어 원화마켓을 운영할 수 있다.

코인 거래에 사용되는 재화에 따라 원화마켓과 코인마케(BTC)마켓으로 나눌 수 있다. 원화마켓은 돈으로 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고, 코인마켓은 비트코인 등 주축이 되는 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구매할 수 있는 시장이다.
 

▲200여개가 넘던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금법 도입으로 34개로 정리됐다.
▲200여개가 넘던 가상자산 사업자는 특금법 도입으로 34개로 정리됐다.
그동안 관할 지자체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원화마켓과 코인마켓 양 쪽을 운영해왔던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대거 사라졌다.

당시 200개가 넘는 가상자산 사업자 가운데 42개 사업자만 신고 접수했고 나머지는 폐쇄 절차를 밟았다.

현재 은행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계약을 맺고 원화마켓을 운영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곳 뿐이다.

당시 신고 접수한 42곳 가운데 8곳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자진 철회해 코인마켓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21곳, 코인 보관 등 기타 사업자가 8곳 생존했다.

◆ 거래소 건전성 관리 은행에 떠넘기고 당국은 팔짱...거래소 독점 현상 부추겨

특금법 개정으로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지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먼저 150개가 넘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2021년 9월 특금법 시작에 앞서 한꺼번에 폐쇄 절차를 밟으면서 투자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는 점이다.

폐쇄 절차를 밟는 거래소들은 공지를 띄워 빠른 시일 내에 코인을 이동하거나 출금하라고 알렸다.
하지만 홈페이지나 어플 내에서 공지하는 것이 아닌 텔레그램 등을 통한 ‘깜깜이 공지’가 이뤄지거나 출금 가능 기간을 30일도 채 되지 않게 짧게 잡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거래소는 아예 공지조차 없이 어플이 사라지고 접속이 되지 않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투자자들의 돈을 가지고 사라지는 ‘먹튀’ 사례도 확산됐다.

또한 금융당국의 거래소 신고 조건이 말도 안 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첫 번째 조건인 ISMS 인증도 200여 개 거래소 중 40곳 밖에 받지 못했는데, 두 번째 조건인 ‘실명계좌 확보’는 중소 거래소로서 아예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실명계좌를 확보하려면 기존 계좌가 있는 은행과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금융당국이 거래소에 문제가 생길 경우 계약을 맺은 은행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면서 계약을 꺼렸다.

지금도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계약을 맺도록 선을 긋고 있다. FIU는 실명계좌 계약 확인서의 제출 여부만 확인할 뿐 계좌를 발급해준 것은 은행이라는 것이다. 만약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 범죄가 발생하면 은행이 동반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금융위가 가상자산 거래소 건전성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당국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지적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의 자금세탁 방지를 심사하는 것은 은행의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인에 대한 규제를 안 할 수는 없고, 하기엔 부담되니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는 꼴"이라며 "가상자산 거래소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 가이드라인조차 존재하지 않아 실명계좌 계약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퍼져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코인에 대한 당국의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자금세탁 사고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은 대형 거래소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진행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 NH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계약을 맺으면서 ‘4대 가상자산 거래소’만이 제휴 관계를 맺었다.

코인마켓 운영이 가능하긴 하지만 원화마켓을 운영하지 못하면 입출금 통로가 사라지기 때문에 중소 거래소들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코인마켓에서 거래하기 위해서는 다른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거래소 간 코인 이동을 통해 옮겨야 사용이 가능했다.

미승인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던 투자자들도 불편을 호소했다. 중소형 거래소뿐 아니라 대형 거래소도 원화마켓 서비스를 종료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곳 가운데 코인빗 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업비트와 빗썸 등 4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곳이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금융위에 신고를 하지 못한 거래소 45곳 가운데 가입자수 등이 파악 가능한 20곳을 확인한 결과 가입자수는 222만 명, 예치금 규모는 2조 원에 달했다.

ISMS 인증도 받지 못한 2곳의 고객 수는 7663명, 인증은 했으나 실명계좌 계약에 실패한 18곳은 221만6613명에 달했다.

하지만 당시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취급업소 등에 대해 별도로 파악하고 있는 현황자료가 없다”고 밝혀 공분을 샀다.

ISMS 인증은 받았지만 실명계좌 계약을 맺지 못한 거래소들은 일단 원화마켓 문을 닫고 코인마켓 거래를 이어가면서 은행과의 계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개월이 지난 현재 은행 실명 계좌 계약에 성공한 곳은 고팍스 단 한 곳뿐이다.
 


◆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도 활개...적발도 어렵고 처벌도 불가능

신고 조건이 까다로워지자 인증을 받지 않고 운영하거나 받은 것처럼 속여 활동하는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도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코인리딩방을 통해서만 접속이 되는 ‘떴다방’ 식으로 운영되는데다가 거래소명도 계속 바뀌어 적발이 쉽지 않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코인리딩방’, ‘불법 거래소’에 관한 제보가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광고를 통해 리딩방으로 유도한 뒤 특정 코인을 사라고 거짓 정보를 주는 식이다. 특별한 매매 방식을 가르쳐줄테니 수백만 원의 돈을 내라고 현혹시키기도 했다.

ISMS 인증을 받은 것처럼 홈페이지를 꾸미거나 실제 존재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이름을 사칭한 불법 거래소도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규제 또는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코인 자체가 금융상품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가짜 가상자산 거래소를 신고해도 그때뿐, 이름을 바꾸면 찾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가짜 거래소에 과태료나 벌금, 처벌을 내리기 위해서는 법으로 명시된 기준이 필요한데 현재 가상자산, 코인 관련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가상자산 특별법이든, 블록체인 플랫폼법이든 시장을 진흥시키고 투자자 보호 등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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