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그룹은 총수의 귀환에 그간 움츠려온 자세를 풀고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12일 법무부는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형 집행을 종료한 이재용 부회장을 복권한다고 밝혔다.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 회장도 특별사면(형선고실효) 됐다.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각각 2년6개월 실형과 4년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횡령·원정도박으로 징역 3년6개월형을 받고 2018년 가석방된 장 회장도 경제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사면됐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사면됐다. 이들은 회사운영 관련 범행으로 복역했으나 집행유예가 확정되거나 회사 성장의 공로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여겨졌다.
이번에 사면된 총수들은 15일부터 경영전면에 나설 수 있다.
삼성과 롯데, 동국제강은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한 상태인데 총수 사면으로 실행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은 2017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이후 이 부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대규모 신규 투자가 중단된 상태다. 단적으로 SK그룹 지주사인 (주)SK가 지난해 159개의 계열사를 신규편입했지만 삼성전자는 5개에 그친다.
그간 위기를 선제적으로 포착해 기회로 전환하는 성장 전략을 추구해온 삼성인데, 총수 부재의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모습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임직원들 위축이 심하고 위기 돌파 동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사법 리스크 속에서도 이 부회장은 재판일정이 비는 날에는 네덜란드, 일본 등으로 해외 출장일정을 잡으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부회장 사면으로 삼성은 대규모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반도체 설계기업 ARM, 차량용 반도체 기업 NPX반도체, 인피니온 등을 인수 물망에 올려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전장, 인공지능(AI), 6세대(6G) 통신, 바이오 등도 삼성이 관심 갖고 있는 분야다.
삼성은 지난 5월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투자계획안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71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유통 등 주력사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 사면으로 반전을 모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던 롯데그룹 입장에서 신 회장의 사면이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그간 해외 기업과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준법경영 측면에서 설명이 필요해 곤혹을 겪었던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신 회장 사면으로 글로벌 파트너십 계약 및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 회장은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메타버스 등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에 신규 투자해 유통과 석유화학에 치우친 사업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 역시 지난 5월 건강과 모빌리티, 유통, 관광, 화학 등에 앞으로 5년간 37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그룹 측은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신동빈 회장과 임직원들은 글로벌 복합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라며 “롯데는 국내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철강 투자 컨트롤타워를 설치하며 10년 만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장 회장의 사면이 더욱 반가운 상황이다. 향후 등기임원 선임 등 경영 최일선에 본격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회장의 사면으로 동국제강은 역대급 투자를 단행할 사업의 우선순위와 규모를 설정하는 일이 더욱 손쉽게 됐다. 미국, 폴란드, 베트남, 호주 등의 컬러강판 신규 거점 구축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