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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에이블리·지그재그 '눈덩이 적자'에 패션 한우물 포기...식품·인테리어로 마구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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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에이블리·지그재그 '눈덩이 적자'에 패션 한우물 포기...식품·인테리어로 마구 확장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2.10.20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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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전문 '버티컬 플랫폼' 3사가 최근들어 식품, 인테리어 분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패션 의류 사업만으로는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패션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티컬 플랫폼'이란 패션 등 특정 카테고리에만 집중해 해당 관심사를 가진 소비자를 공략하는 특화된 서비스 플랫폼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버티컬 플랫폼인 브랜디, 에이블리, 지그재그 3사 모두 지난해 영업 손실이 대략 2배 불어났다. 지난해 브랜디(대표 서정민)의 영업 손실은 480억 원으로 전년(2020년) 대비 14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에이블리 운용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대표 강석훈)의 영업 손실은 694억 원으로 81.2% 늘었고 지그재그 운용사 카카오스타일(대표 서정훈) 영업손실은 385억 원으로 46.4% 증가했다.

3사의 적자 확대는 과도한 마케팅 경쟁이 주요인이라는 평가다. 비슷한 플랫폼이라는 인식 타파를 위해 3사는 할인 쿠폰, 빅모델 기용 등 무리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출은 늘었으나 적자가 크게 불어나면서 이들은 패션이라는 전문성을 버리고 판매 카테고리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해 브랜디의 판매촉진비는 50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배 늘었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과도한 할인 쿠폰 발급으로 인한 증가로 풀이된다. 에이블리는 광고선전비(380억 원)가 전년 대비 31.5% 올랐다. 모델로 인기 배우 김태리를 기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지그재그도 모델로 배우 윤여정을 선정하면서 광고선전비는 60.6% 늘어난 27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최근 브랜디가 인테리어 플랫폼 ‘집꾸미기’를 인수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브랜디 측은 이에 대해 부인하는 상황이다. 브랜디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며 집꾸미기 인수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브랜디는 일찍이 지난해 4월부터 플랫폼 내에서 인테리어 용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또 브랜디는 기존 육아 플랫폼 ‘마미’를 지난 5월 새롭게 ‘플로어’로 론칭했고 여기에 리빙/라이프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리빙/라이프’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론칭 후 6개월 간 약 100배 성장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브랜디 관계자는 “브랜디는 지난 9월 남자앱 하이버가 흑자전환을 기록했으며 향후 이러한 흐름을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성 확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흑자 구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이블리는 이달 초 플랫폼 내 식품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MZ세대를 이끌기 위한 건기식, 레터링 케이크 등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에이블리가 이러한 외형 확장을 통해 객단가를 높여 수익성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에이블리는 지난해도 기존 의류 카테고리에서 화장품·가전제품·인테리어 제품 등으로 확대한 바 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지난해 에이블리는 앱론칭 3주년을 맞아 다양한 광고 및 브랜딩을 실시하고 직원 수가 대폭 늘어나면서 여러 비용이 발생해 적자폭이 늘었다”며 “올해는 별도 광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비용 감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그재그는 이달초 쇼핑몰 공동 기획 브랜드 ‘Z 셀렉티드’를 출시키로 했다. 이는 판매율이 높은 브랜드와 협업하고 시리즈마다 브랜드를 달리해 옷을 출시하는 형식이다. 지그재그가 새 브랜드 기획을 통해 수익성 모색을 위한 방안을 확장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지난 2019년 말 안정적인 사업을 뒤로 하고 성장을 위해 개별 쇼핑몰 상품을 일괄 결제할 수 있는 ‘Z결제’ 오픈을 위해 적자가 발생한 걸로 보인다”며 “하반기는 매출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기존 비즈니즈 모델인 개인화 추천 광고 서비스 고도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버티컬 플랫폼 업계는 외형확장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나서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특성이 없어지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일반 온라인몰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이용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건드려봐야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며 “고객 관점에서 봐도 전문성 없이 외형 확장만 한다면 거부감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특정 상품군을 앞세운 특색이 강점인 버티컬 플랫폼만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어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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