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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가 '충분한 크기'?...불리한 정보 '깨알' 안내 성행하나 공정위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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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가 '충분한 크기'?...불리한 정보 '깨알' 안내 성행하나 공정위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제한사항 표시 요건 구체화 필요
  • 이은서 기자 eun_seo1996@csnews.co.kr
  • 승인 2023.11.02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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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경남 사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 10월 23일 커블체어 공식몰에서 박스탭 1+1 상품을 6만2000원에 구매했다. 사은품으로 멀티탭 정리함이 추가로 구성된다는 그림과 문구가 있어서 구매했다. 그러나 도착한 배송 박스에 사은품은 없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니 "관련 행사는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며 상세페이지에 안내됐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제품을 구매하면서 행사 날짜가 도래하지 않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며 "나중에 시작하는 사은품 증정 행사를 판매사이트에 대문짝 광고하고 정작 행사 날짜는 작게 기입해 혼동을 줬다"고 황당해했다. 
 
▲더보기를 눌러야 이벤트 기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보기를 눌러야 이벤트 기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사례2=경기 하남시에 사는 김 모(여)씨는 7월 8일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오설록 파인트 3개를 3만4000원에 구매했다. 판매 이미지에는 증정품으로 미니컵 2개가 제공된다고 나와 있었지만 주문한 파인트와 함께 웨하스 3개가 배송됐다. 김 씨가 고객센터에 항의했으나 ‘증정품이 변경될 수 있다는 안내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구매 당시 안내사항을 꼼꼼하게 살펴봤던 김 씨는 관련 안내가 없었다고 따졌지만 업체 측은 이미 안내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김 씨는 “안내사항이 있다고 한들 워낙 작게 적혀 있어 발견하지 못했다. 증정품으로 구매를 유인해놓고 작은 글씨로 제한을 두는 것은 과장광고 아니냐”며 꼬집었다. 

# 사례3=경기 남양주에 사는 이 모(남)씨는 지난 2021년 9월 종근당 공식몰에서 ‘락토핏 생유산균 골드 7통 구매시 신세계 5000원 상품권 증정’ 행사 문구를 보고 7만2000원에 구매했다. 당시 상품권은 행사 종료 후 1~3개월 내에 문자메시지로 전송된다고 해서 기다렸다. 3개월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고객센터에 문의했고 상담사는 “SNS 수신 동의를 해야 증정품이 제공되는데,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내용은 행사 당시 고지했다”고 답했다. 이 씨는 “결국 상품권을 받지 못했다. 행사 내용을 다시 살펴보니 깨알 같은 글씨로 쓰여 있던데, 이렇게 작은 글자를 어떻게 일일이 다 보겠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상품권 증정 제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작게 표시해 놓았다
▲ 상품권 증정 제외에 대해서는 비교적 작게 표시해 놓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품 판매 시 주요 정보의 제한 사항을 소비자가 알기 쉽도록 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지 5년이 돼 가지만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이커머스, OTT, 온라인 교육업체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요한 정보를 ‘깨알 글씨’로 안내하는 기만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꼬집는다. 판매자가 알리고 싶은 내용은 전면에 내세우면서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나 제한사항 등 불리한 사항은 작은 글씨로 적어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해도 소비자들의 지적이 난무해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정위의 애매한 가이드라인으로 소비자와 업체의 피로감만 가중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2019년 1월 소비자 오인을 막기 위해 ‘주된 표시·광고에 포함된 제한사항의 효과적 전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동안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광고 구석에 제한사항을 배치해놓고 소비자가 제대로 인식할 수 없게 만든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지적되면서 제한사항의 표시 요건을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였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은 ▲제한사항은 소비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광고에서 충분한 크기로 기재되고 그 색상이 배경색과 뚜렷이 구분돼야 한다 ▲제한사항은 주된 표시광고와 근접한 위치에 배치돼 소비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제한사항은 그 의미가 명확·구체적이며 쉬운 문구와 용어로 제시돼야 한다 등이다. 

가이드라인이 규정된 지 5년이 다 돼가지만 이런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애매한 내용에 원인이 있다. 충분한 크기, 근접한 위치, 쉬운 문구와 용어등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도 쿠팡, 지마켓, 11번가, 티몬, 위메프, 롯데온, 인터파크 등 이커머스부터 화장품, 가구 등 각 제조사의 자사몰, 온라인 교육업체, 웨이브 등 OTT서비스 등 플랫폼마다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OTT 플랫폼에서 구독 할인을 앞세워 광고해 결제를 했는데 알고 보니 TV재생이 안 된다는 약관은 깨알 글씨로 쓰여 있어 결국 정가에 다시 구독했다”, “온라인몰에서 구매시 증정품을 제공한다고 크게 광고해놓은 뒤 리뷰이벤트를 작성해야 제공한다는 제한 사항을 작게 기재해 알아보지 못했다” "평생 수강권을 샀는데 혜택을 보려면 매년 시험에 응시해 불합격 사실을 알려야 했다" "불만족시 100% 환불이라더니 7일 이내만 가능하다더라" 등이다. 

이 같은 불만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와 업체들은 가이드라인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데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때문에 업체들마저  가이드라인을 일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종근당, 카카오커머스, 커블체어 등 업체들도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체들이 입점하는 카카오커머스 등 플랫폼은 자체 안전거래센터 운영을 통해 부당한 표시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부당한 표시광고 등으로 내부 방침을 위반할 경우 상품 등 수정 요청, 판매 중단, 서비스 일부 또는 전부 이용 정지, 이용 계약 해지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자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하고 있다. 깨알 글씨라며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나 작은 글씨인지에 대해 인식하는 것은 개인차인 것으로 해석된다. 좀 더 명확한 규정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고, 공정위에 추가로 지적 받은 사안이 없다. 다만 지속적으로 소비자 불만이 나온 데에는 규정 자체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추가적으로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계획은 아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위 판단 결과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될 시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라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한 사항을 알리지 않는 등 기만적 표시광고에 해당된다고 여겨지면 사안에 따라 처분이 이뤄진다. 표시광고법에 근거해 경미하다고 여겨지면 경고 처분이 이뤄지고, 중대하거나 위반 행위가 크다고 여겨질 경우 과징금 부과, 검찰 고발까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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