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말 B사 보일러 고장으로 거실 난방이 되지 않아 AS를 접수했다. 그러나 2주 넘게 연락이 없어 수차례 항의했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수리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고, 기사도 오지 않았다. 김 씨는 “한겨울에 거실 난방이 안 되는 상태로 한 달 이상 살고 있다"고 기막혀했다.
# 전남에 사는 박 모(남)씨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1월 25일 C사 보일러가 고장나 온라인으로 AS를 접수햇다. 이틀 뒤 기사가 방문하긴 했으나 당장 부품 재고가 없다며 열흘 후인 2월5일 수리를 약속했다. 그러나 기사는 아무런 고지도 없이 오지 않았다. 박 씨는 "극심한 한파가 있던 시기에 보일러가 안 돼 10여일 간 고생해야 했다"며 "믿고 있던 AS 기사는 연락도 닿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분노했다.
겨울 한파 속에 보일러 AS가 길게는 한 달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발생해 소비자 원성을 사고 있다.
보일러 업체들이 지역 대리점이나 하청업체를 통해 제품 수리를 진행하다 보니 본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AS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 관계자들은 동절기엔 각 대리점 인력 재배치나 고객과의 일정 협의를 통해 최대한 현장 불편을 줄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고객센터 24시간 운영과 AI챗봇 등 CS를 고도화해 겨울철 원활한 AS 접수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1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기된 보일러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140여 건에 달한다. 이중 AS 지연은 보일러 대표 업체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 대성쎌틱, 린나이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일러 업체마다 짧게는 사나흘부터 길면 한 달 이상 AS가 지연됐다. AS가 늦어지는 배경에는 ▲특정 대리점에 AS집중 ▲수리기사 인력 부족 ▲고객센터 연결이 원활하지 않음 ▲부품 수급지연 등 다양했다.
보일러는 실내 난방은 물론 온수도 제공하는 동절기 필수 생활가전이다. 낮에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철에 보일러 수리를 제때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없다. 특히 고령의 부모, 신생아,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서 더딘 AS에 분통을 터트렸다.
보일러 업체들은 각 지역에 위치한 대리점과 AS계약을 맺은 하청 업체를 통해 AS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 대부분 하루 이틀 내 AS가 이뤄지나 동절기에는 흔치 않게 일주일 이상 걸리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체 관계자는 “고객센터에 AS가 접수되면 고객 거주 지역 대리점으로 배분하고 있는데 특정 대리점에 AS가 몰린 상황이면 인근 대리점으로 고객을 연결하고 있다”면서 “다만 지역 수리센터가 적은 업체들의 경우 그런 프로세서가 원활히 이뤄지기엔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동절기에 AS가 몰리면 고객과 일정 협의를 통해 날짜를 조정하고 있지만 만일 자택에 항시 있지 않거나 수리기사의 연락이 고객과 닿지 않아 수리가 지연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되도록 당일이나 이튿날 AS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보일러 부품 수급과 관련해선 핵심 부품이나 소모가 빠른 부품의 경우 동절기 이전에 각 지역 대리점마다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일러 AS지연에 따른 보상은 업체마다 별도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진 않으나 일반적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따르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수리는 지체 없이 하되 수리가 지체되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 품질보증기간 이내일 때는 ▲같은 종류의 물품 등으로 교환 ▲교환이 불가능한 경우에 환급한다고 정하고 있다. 통상 가스보일러의 품질보증기간은 3년, 기름보일러와 전기보일러는 2년이다.
각 보일러 업체들은 매년 반복되는 제품 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S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동나비엔은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부터 카톡 및 챗봇 상담, 영상 지원 상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AI 챗봇 ‘에벗'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CS 접수를 돕고 있다. 귀뚜라미는 카카오톡 상담센터를 중심으로 24시간 AS를 접수하고 있으며 문의가 집중되는 동절기엔 콜센터 전체 AS 접수량의 38%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대성쎌틱은 연중 무휴 운영하는 콜센터와 보이는 ARS, AI 콜봇, 홈페이지 등의 경로를 통해 자가 조치 방법과 서비스 접수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긴급 상황이나 민원이 발생할 경우 지역별 본사 컨설턴트와 소통하여 해결하고 있으며, 대리점 서비스 평가를 통해 AS지연이 없도록 모니터링 하고 있다.
린나이도 고객센터와 AI 보이스봇, 챗봇 시스템 등을 통해 AS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