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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지주, 주주소통 강조하면서 겹치기 주총으로 되레 방해...꼼수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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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금융지주, 주주소통 강조하면서 겹치기 주총으로 되레 방해...꼼수는 이제 그만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25.03.26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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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사들이 특정 날짜에 정기주주총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겹치기 주총'을 올해도 반복하면서 눈총을 받고 있다.

주주소통을 강조하고 있지만 경쟁사와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해 정작 투자자들이 다른 주총에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가 25일 주총을 개최하며 포문을 열었고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는 26일 오전 10시 같은 시간에 일제히 주총을 개최한다.

지방 금융지주까지 범위를 넓히면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도 주총이 26일이다. 은행계 금융지주 상장사 7곳 중에서 5곳이 같은 날에 주총이 열리는 셈이다. 
 


겹치기 주총 관행은 타 업권과 비교해도 금융지주사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실제로 코스피 상위 30개 종목 중에서 동일업권 상장사가 같은 날 주주총회를 여는 곳은 금융지주를 제외하면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뿐이다. 

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도 각각 다른 날짜에 주총을 열었고 제약계 라이벌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도 마찬가지다. 한 지붕 아래에 있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도 다른 날에 주총을 열었다. 

겹치기 주총은 회계감사와 주요 안건 논의, 사외이사들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3월 마지막 주에 집중되는 것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 주총은 진행을 방해하는 '주총꾼'이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시위대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겹치기 주총이 최고경영자(CEO)와 주요 경영진이 쓴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는 '묘수'일지라도 이러한 선택이 주주와의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밸류업' 정책과도 결이 맞는지 의문이다. 
 

▲ 김건우 금융부장
▲ 김건우 금융부장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자사 실적발표(IR)는 각기 다른 날 실시하며 겹치기를 피하고 있다. IR을 통해 회사는 실적과 배당정책 등 회사 가치를 애널리스트와 시장 참여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며 소통한다는 점에서 겹치기 주총이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국민주총'이라고 불리는 삼성전자의 사례를 금융지주사들이 반면교사로 삼을만 하다. 삼성전자 역시 수 년 전까지는 일부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무리한 주장으로 인해 주총이 파행을 거듭하고 경영진이 면전에서 수모를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그룹 계열사 또는 동종업계 경쟁사와의 겹치기 주총을 최대한 피하고 주요 경영진이 직접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도 갖는 등 정면돌파에 나서면서 주총을 주주와의 소통 시간으로 만들면서 진일보시켰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부터 밸류업 경쟁을 위해 총주주환원율을 올리고 배당금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겹치기 주총이라는 구시대적인 관습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내년 주총시즌에는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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