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온라인 배송이 막혀 있던 대형마트들이 점포 기반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격차를 좁히면서 온라인 경쟁 구도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는 SSG닷컴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점포 내 PP센터(Picking & Packing Center)를 통해 온라인 주문 상품을 직접 피킹·포장해 출고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대형 물류센터 없이도 신속한 배송이 가능하다.
SSG닷컴은 이를 기반으로 당일 및 익일 배송이 가능한 ‘쓱 주간배송’과 밤 주문 시 다음 날 오전 도착하는 ‘쓱 새벽배송’을 운영 중이다. 이마트 점포 반경 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즉시배송 서비스 ‘바로퀵’도 확대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이마트 매장을 중심으로 물류 거점을 60곳까지 늘렸다.
업계에서는 새벽배송 규제가 완화될 경우 PP센터와 바로퀵 인프라가 새벽배송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 중심의 쿠팡과 달리 이마트는 전국 점포망을 활용한 생활권 밀착형 배송으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산지 직거래와 직매입 확대, 자체 품질 관리 기준 등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신선식품 경쟁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마트도 점포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점포에서 직접 피킹해 당일배송, 예약배송, 시간대 지정 배송을 운영 중이며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기존 배송망에 심야·새벽 시간대 배송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롯데마트는 영국 오카도와 협력해 구축한 스마트 물류 인프라를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올해 부산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고객 풀필먼트센터(CFC)를 열어 부·울·경 지역 온라인 장보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규제가 완화될 경우 대형마트들은 전국에 보유한 점포를 도심형 물류 거점으로 본격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현재 롯데마트는 슈퍼를 포함해 약 450개,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를 합쳐 157개 점포를 운영 중으로 주요 대형마트 2사의 점포 수는 총 600곳을 넘는다.
쿠팡과 대형마트의 차이는 물류 구조에서 뚜렷하게 갈린다. 쿠팡은 전국 거점에 대형 물류센터를 구축한 온라인 전용 모델을 통해 속도와 자동화 효율에서 강점을 확보해 왔다. 반면 대형마트는 이미 구축된 점포망을 활용해 고객과의 거리를 줄이고 투자 부담을 낮춘 점포 기반 배송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수도권과 대도시를 중심으로 당일배송과 즉시배송, 시간대 지정 배송을 강화해 왔으며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심야·새벽 시간대까지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면서 고객 체감 기준에서 쿠팡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상품 소싱과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대형마트의 상대적 강점으로 꼽힌다.
쿠팡의 고도화된 자동화 물류 모델과 단기간에 정면 경쟁하기에는 여전히 체급 차이가 존재한다는 시각도 있다. 새벽배송 시장을 이미 선점한 쿠팡과 달리 대형마트는 배송 인력의 근로 여건, 단가 상승, 소상공인과 노동계의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법적 제약이 해소되는 것만으로도 대형마트가 온라인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규제로 인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돼 있었는데, 이번 논의는 이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배송 속도와 구매 편의성이 개선되고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소비자 편익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벽배송 허용은 지역 점포 유지와 고용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당정은 8일 국무총리공관에서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돼 온 영업제한 시간인 자정부터 오전 10시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건강권 보장을 명분으로 2012년 도입된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14년 만에 완화되는 셈이다.
현행 유통법은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 시간대 점포를 활용한 온라인 배송 역시 영업행위로 간주 돼 금지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