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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⑱] 소비자 편의성 개선이라더니...AS 접수하려면 챗봇서 8단계 미로 통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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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고객센터 ⑱] 소비자 편의성 개선이라더니...AS 접수하려면 챗봇서 8단계 미로 통과해야
  • 정은영 기자 jey@csnews.co.kr
  • 승인 2026.05.06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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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AI가 내 정보와 구매 이력을 한 번에 조회해서 바로 처리해 주거나, 내가 지닌 문제를 딱 맞춰 해결해 줄 수 있는 담당자에게 바로 연결해 줄 것으로 생각했어요.”

소비자들이 AI 챗봇이 말귀를 알아듣는 비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AS를 접수하거나 서비스 해지를 위해선 최대 8단계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문의도 '카테고리 선택→자가진단→개인정보 입력' 등 다단계 절차를 밟아야 해 실질적인 문제 해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다. 기업들이 소비자 편의를 높이겠다며 도입한 디지털 고객센터지만 결국 원하는 답변에 도달하기까지 이용자 불편만 배가된다는 지적이다.

AI 챗봇은 가전, 유통, OTT, 게임, 택배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도입되며 활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가전업체, 유통업체, OTT, 게임업체, 교육업체, 항공사, 택배사, 통신사 등을 조사한 결과  업종 특성상 가전업체의 절차가 가장 복잡 다단했다. 기사 출장이나 상담원 연결 전 자가진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다보니 벌어진 결과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AI 챗봇'을 통해 냉장고 AS를 접수하려면  '스스로 해결하기/출장예약 버튼 클릭'→제품 선택→증상 입력→해결 방안 제시 및 출장서비스 예약 버튼 생성→출장 예약 제품, 자주 묻는 증상 및 세부 증상 입력→이름 및 휴대폰 번호, 인증번호 입력→접수로 총 8단계를 거쳐야 한다.
 

▲LG전자 챗봇으로 AS 접수를 시도할 경우 제품 종류, 증상 등을 입력하면 해결 방법을 먼저 제시한 뒤 '출장 서비스 예약' 안내창이 뜬다.
▲LG전자 챗봇으로 AS 접수를 시도할 경우 제품 종류, 증상 등을 입력하면 해결 방법을 먼저 제시한 뒤 '출장 서비스 예약' 안내창이 뜬다.

LG전자 측은 "소비자가 현장에서 바로 해결 가능한 문제인데도 AS 출장 접수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간단한 내용은 미리 챗봇으로 안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쿠전자는 대표번호 ARS 연결 시 ▲상담원 대기 없이 채팅 상담을 원할 경우 1번 ▲AS 접수 및 이전 설치는 2번을 선택해야 한다. 이후 2번을 누르면 다시 ▲AS 접수 및 고장 진단은 1번 ▲서비스 상담원 연결은 3번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3번을 눌러도 일반 상담사가 아닌 스마트 AI 상담사로 연결되며 AS 접수라고 말하면 홈페이지 접수 링크를 안내해준다. 

링크로 들어가 직접 AS 접수를 해야 하며 전화를 통해서는 직접 AS를 신청하기 어려운 구조다. 최소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AI 상담 시스템은 고객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고 문의 유형을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분류해 안내하기 위해 도입됐다"며 "보다 품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AS 접수 시 제품 정보와 증상에 대한 정확한 입력이 필요해 홈페이지 접수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나비엔 챗봇 '에벗'과 채팅 중 'AS 요청'이라고 말하자 "어떤 제품에 대해 AS를 요청하시는지 알려주시겠어요?"라며 초기로 되돌아갔다.
▲경동나비엔 챗봇 '에벗'과 채팅 중 'AS 요청'이라고 말하자 "어떤 제품에 대해 AS를 요청하시는지 알려주시겠어요?"라며 초기로 되돌아갔다.
경동나비엔의 챗봇 '에벗'을 통해 AS 접수를 신청할 경우에는 '온수기 AS 요청'을 입력하면 어떤 제품인지를 써야 한다. 
 
이후 증상을 입력하면 확인 사항 및 조치 방법이 안내되고 동일한 증상이 발생하면 AS 접수를 다시 요청해달라는 문구가 뜬다. 총 3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이후 ‘AS 요청’을 입력하면 접수 창이 표시되지만 일부 경우에는 “어떤 제품에 대해 AS를 요청하시는지 알려달라”는 안내와 함께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때 “방금 문의한 내용으로 AS 접수를 신청해달라”고 다시 입력해야 접수 창이 표시됐다. 이런 경우에는 거쳐야 할 단계가 5단계까지 늘어난다.

반면 ‘AS 접수’라고 입력할 경우에는 초기 단계로 되돌아가는 과정 없이 곧바로 접수 창으로 연결된다. 

이는 ‘에벗’이 정형화된 답변이 아닌 생성형 AI 기반으로 작동해 이용자의 입력 문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동나비엔은 지난 2024년 보일러 업계 최초로 AI 기반의 채팅 상담 고객센터를 도입한 바 있다.

경동나비엔 측은 "사용자들의 데이터 입력 값이 학습이 많이 되면 될수록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택배사의 경우 CJ대한통운과 한진 챗봇은 앱 내에 탑재된 자체 챗봇을 운영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한진 챗봇으로 개인 예약을 하려면 각각 3단계를 거쳐야 한다.

CJ대한통운 오내 앱에서 '챗봇 문의'를 클릭하면 ▲배송 일정 ▲수거 일정 ▲반품 예약 ▲개인 예약 ▲주소 변경 ▲연락처 찾기 등을 선택하라는 안내 문구가 뜬다.

개인 예약 버튼을 누르면 CJ대한통운 홈페이지로 연결되며 택배 이용 약관에 동의한 후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주소, 상품 정보 등을 입력하면 예약이 완료된다. 

한진은 AI 챗봇 '한지니'를 통해 택배를 예약하고 싶으면 '택배 예약' 버튼을 클릭한 다음 일반택배, 골프택배, 골프택배 등 예약을 원하는 택배 종류를 선택하면 된다. 이후 보내는 사람 주소와 받는 사람 주소와 택배비 결제 정보 등을 입력하면 예약이 완료되는 구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챗봇 '롯데택배 로다'는 카카오톡 챗봇이다.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문구와 함께 상담원 연결 버튼이 안내된다. 

상담원 연결 버튼을 클릭하면 택배 조회, 택배 예약 등이 안내되고 '택배 예약' 버튼을 클릭하면 '개인화물 예약 접수'와 '예약 확인' 버튼이 뜬다. 이후 '개인화물 예약접수'를 누르면 실제 상담사와 카톡 상담으로 연결된다. 4단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다.

기업들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AI 챗봇을 통해 소비자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더욱 직관적인 AI 상담 이용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AI 챗봇이나 상담원을 도입하는 것은 효율적인 운영 관리나 비용 절감을 위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AI를 통한 민원 제기 과정이 복잡해질 경우 오히려 또 다른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AS 출장 예약, 티빙 해지 문의 단계 절반으로 뚝 줄어...소비자 편의성 개선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에는 지난해만 해도  AI 챗봇 '써비'를 통해 에어컨 AS 출장 서비스를 예약하려면 4단계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서비스가 운영 중인 'AI CS Bot(베타)'은 'AS 접수'만 입력하면 출장서비스 신청 바로가기 버튼이 나온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사용 데이터가 쌓일 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구조"라며 "정기적으로 챗봇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데이터도 축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OTT 업체인 CJ ENM의 티빙 역시 지난해에는 해지를 문의하고 해결되기까지 최소 4단계를 거쳐야 했으나 현재는 개선됐다. 

당초에는 대표 번호 연락→카카오톡 챗봇으로 연결→주요 문의 항목 중 '해지/환불' 선택→'티빙 결제 환불'을 선택해야 상담사 연결이 이뤄졌다. 

상담사 연결이 지연될 경우 '원활한 상담 진행을 위해 고객 정보를 입력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회원 ID, 이름, 전화번호, 생년월일을 입력할 수 있는 링크가 전송됐다. 해당 링크에 정보를 입력하면 상담이 시작되고 해지/환불을 문의할 수 있었다.

현재는 티빙 대표번호로 연락하면 ARS를 통해 해지 신청 방법 안내가 나오고, 직접 결제 이용권인지 인앱 결제 이용권인지 등을 선택하면 곧바로 해지 링크로 연결되는 카카오 알림톡이 발송된다.

티빙 측은 "OTT 이용자 연령층이 넓어지고 있다 보니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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