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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the50 ㉓] 95세 치매환자·외국인 등 취약계층에 무차별 불완전판매...렌탈가전 분쟁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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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분쟁the50 ㉓] 95세 치매환자·외국인 등 취약계층에 무차별 불완전판매...렌탈가전 분쟁 속출
부실한 보호장치 강화 목소리
  • 이범희 기자 heebe904@csnews.co.kr
  • 승인 2026.06.11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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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 95세 청각장애·치매환자에게 정수기 약정=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12월 요양원에 입소했다가 돌아가신 부모님 집을 정리하며 렌탈업체 A사에 설치돼 있던 정수기 철거 요청을 했다가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정수기는 약 2년 전 계약된 것으로 당시 계약자는 95세로 치매 3등급을 받고 청각장애를 앓고 있었다. 가족들은 계약 체결 사실조차 알지 못했고 계약 당사자 역시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을 거라고. 김 씨는 "판단 능력이 좋지 않은 고령의 치매환자에게 정수기 약정을 맺어놨다"며 "해지하려니 위약금이 과도해 결국 다른 집으로 이전설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 한국말 서툰 외국인 대상으로 렌탈가전 여러 건 계약 맺어=대전 서구에 사는 정 모(여)씨는 최근 렌탈업체 B사가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인 모친을 대상으로 여러 건의 가전 렌탈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이 모친에게 '서비스니까 받으라'는 식으로 정수기 등 여러 가전렌탈을 계약했다는 게 정 씨 주장이다. 모친은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의했고 뒤늦게 렌탈료를 감당하지 못해 정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드러났다. 정 씨는 "당시 영업사원은 연락 두절인데 고객센터에 도움을 청해도 이미 퇴사라자 방법이 없더라"며 "렌탈업체에서도 판매자와 해결할 문제라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 정수기 3년 약정 만료시 기기 바꿔준다며 몰래 6년 계약=경기도 안양에 사는 정 모(여)씨는 지난해 10월 부모가 사용 중인 C렌탈사의 정수기 계약 만료가 임박해 교체를 검토하던  중 이미 새로 장기 약정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2020년 3년 약정, 5년 의무사용으로 계약했는데 2023년 담당자가 6년 약정을 맺은 것. 당시 부모는 기기를 새제품으로 교체해준다기에 응했을뿐 새로 장기 계약이 체결된 줄은 알지 못했다. 정 씨는 "본사에 항의하니 계약 시 녹음본이 있다며 모든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돌리더라. 계약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불완전판매"라고 고발했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겨냥한 렌탈가전 불완전판매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기 렌탈 약정이 체결된 뒤 가족들이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되지만 막대한 위약금 등 규정에 가로막혀 해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 년간 장기 계약이 주를 이루는 렌탈가전 특성상 취약계층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11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계약 내용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고령자, 외국인, 장애인 등이 체결한 렌탈 계약을 두고 가족들이 부당함을 제기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계약 사실을 가족이 뒤늦게 인지하거나 해지 과정에서 위약금 부담, 계약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보 접근 제한 등 문제를 겪으면서 불만이 더 커졌다. △코웨이 △SK매직(SK인텔릭스) △쿠쿠홈시스 △바디프랜드 △청호나이스 △현대렌탈케어 등 주요 렌탈가전 업체 전반에서 나타나는 민원이다.

렌탈가전 업체들은 계약 체결 시 본인 확인과 동의 절차를 거치며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약정기간, 렌탈료, 의무사용기간, 위약금 등 계약 주요 사항을 고객에게 명확히 안내한다는 것. 

렌탈가전 업체들은 약정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다단계로 확인을 거친다는 입장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아예 당사자가 내용을 이해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상태서 이뤄진 계약이므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생성형AI로 만든 이미지

코웨이는 고객이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총 4차례 이상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밝혔다. 계약 접수 단계에서 ①본인 인증을 거친 뒤 ②모바일 주문 확인과 본인 서명을 받고 ③제품 출고 및 설치 전후 안내와 계약 내용 재안내를 위한 ④알림톡 발송 등을 통해 단계별로 확인한다.

모바일 계약이나 본인 인증이 어려운 고령 고객의 경우 콜센터를 통해 계약 내용을 별도로 설명하고 고객 동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고령자나 장애인, 치매 환자 등 의사소통이나 계약 내용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고객의 경우 보호자(직계가족·성년후견인 등) 동반 또는 유선 확인을 통해 계약 내용을 함께 확인하는 절차를 원칙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연령이나 장애 여부만으로 계약을 제한하거나 차별하지는 않지만 계약 내용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지 여부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령 고객에게는 보다 천천히 쉬운 표현 위주로 설명하며 계약 체결 이후에도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매직은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내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영업 과정은 녹음으로 관리하고 계약 내용을 명확히 확인해 논란의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전문가는 유사한 민원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일부 영업사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관리·감독과 교육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유사한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단순한 개인 문제로 보기 어렵다"며 "소비자는 계약 내용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전달하며 결정을 재촉하는 방식은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유형의 민원이 계속 발생한다면 결국 회사의 관리·감독과 교육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업 현장 교육을 강화하고 판매 과정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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