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예정된 한승수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당초 통합민주당은 한 총리후보자가 장관 등 여러 고위직을 거쳐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으리라며 무난한 인준안 통과를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재산신고 누락 등 중대한 결함이 드러났다는 주장이 당내에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부적격'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와 민주당에 따르면 한 후보자가 2002년 재산변동 신고 때 2001년에 구입한 현대슈퍼빌 분양권을 신고하지 않아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고, 이후 2004년 5월까지 세 차례나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를 누락해 명백하게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야당인 민주당은 141석으로 원내 제1당이다. 9석을 가진 민노당까지 가세하면 과반을 넘겨서 인준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 민노당 역시 한 총리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하며, 26일 당 혁신비대위를 열어 표결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이춘호 여성부장관 내정자가 재산관계로 사퇴하는 바람에 국무회의 구성이 차질을 빚게 됐고, 민주당이 남주홍 통일,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 교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총리 후보자 인준안까지 부결된다면 정국은 격렬한 대치로 치달을 전망이다.
여기에 27, 28일 이틀간 예정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치열한 검증공방이 벌어질 예정이고, 총선을 겨냥한 공방전도 뒤따를 전망이어서 자칫 대치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25일 오전 당산동 당사에서 정세균 총리후보 인사청문회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한 총리 후보자에게 상당히 심각한 부적격 사유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우상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일 의총에서 논의해보겠지만, 현재로서는 부결쪽 기류가 많다. 아무래도 부결시킬 것 같다"면서 "현대슈퍼빌 분양권 신고 누락은 고의로 봐야 하고, 더군다나 돈의 출처도 모른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 아들의 병역 중 해외골프에 대한 생각이나, 병역특례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발언 등은 국가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의 첫 단추인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구속적 당론'으로 부결시킬 경우 총선에서 `정권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는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 때문에 고심중이다. 또 무기명으로 실시되는 인준표결의 특성상 부결당론을 정했을 때 이탈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민주당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인준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2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와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기로 한 것도 그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부결시켜도 총선에서 역풍은 없으리라고 보지만, 장관후보들의 재산 문제 등에 가려서 한 총리 후보의 문제는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고민"이라고 말했고, 다른 당직자는 "부적격 강제당론, 부적격 권고당론, 자유투표 등 세가지 방안 중에서 고민중인데 아마도 부적격 권고당론으로 갈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싶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야권의 강경기류가 감지되자 한나라당은 새 정부 초대 총리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파행이 초래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민주당을 압박하는 동시에 당 소속 의원들의 26일 본회의 출석을 독려하는 등 표 단속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친분이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대면 설득에 나서기로 했고, 안상수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직후인 이날 오후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안 원내대표는 "지금 거론되는 정도로 중대한 결격사유라고 보기 힘들며 단순한 정치공세이자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면서 "만약 총리 인준이 안 될 경우 민주당도 굉장히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지적한 뒤에 인준을 해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