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보증충당부채 사용액이 각각 2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대규모 리콜이 잇따르면서 실제 품질보증 비용 집행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판매보증충당부채를 사용했지만 향후 보증 의무에 대비해 설정한 충당부채에 환율 영향 등이 더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6월 말 기준 충당부채 잔액은 오히려 늘었다.

판매보증충당부채는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차량에서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증수리와 무상수리, 리콜 등 품질보증 의무에 대비해 미리 부채로 인식하는 금액이다.
판매보증충당부채 사용액은 이처럼 미리 설정해 놓은 충당부채 가운데 실제 보증수리나 리콜 등 품질보증 의무를 이행한 금액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거 판매한 차량에서 보증수리가 발생하면 이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기존 판매보증충당부채가 줄어들고 회계상 '사용'으로 반영된다.
판매보증충당부채 사용액은 해당 기간 신차 판매량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과거 판매한 차량도 보증기간이 남아 있다면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사용액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보증수리와 리콜 등 품질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데 반영된 금액이 커졌다는 의미다.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상반기 판매보증충당부채 사용액 증가는 국내외에서 발생한 대규모 리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177만6293대를 리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약 38배에 달한다. 국내 리콜 규모도 63만9411대로 228.6% 증가했다.

기아는 미국 리콜 규모가 29만859대로 24.6% 감소했지만 국내에서는 67만3622대로 199.1% 증가했다.
지난 3월 카니발 20만1841대가 저압연료라인 설계 미흡으로, 4월에는 레이 22만59대가 엔진제어장치 소프트웨어 설계 미흡으로 리콜됐다. 두 차종의 리콜 규모만 42만 대를 넘는다.

판매보증충당부채 사용은 기존에 설정한 충당부채를 줄이는 요인이지만 향후 보증 의무에 대비해 새로 설정한 금액과 환율 등에 따른 증가분이 이를 웃돌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올해 상반기 판매보증충당부채 설정액이 늘었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보증충당부채 설정액은 1조8467억 원으로 19.9% 증가했다. 기아는 2조6622억 원으로 72.4% 늘어 증가 폭이 더 컸다.
환율 등 기타변동 충당부채도 현대차와 기아 모두 늘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1141억 원 감소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반대로 2745억 원 증가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상반기 637억 원 줄었지만 올해 2557억 원 늘었다.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영향도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원·달러 환율은 1439.5원이었지만 올해 6월30일에는 1549.4원까지 올라 상반기 동안 7.6% 상승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어 판매보증충당부채에도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반영된다. 원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해외에서 인식한 판매보증충당부채의 원화 환산액이 증가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보증충당부채는 판매 규모와 과거 보증수리 실적 등을 토대로 향후 발생할 비용을 추정해 설정한다”며 “사용액이 늘어난 데는 올해 상반기 대규모 리콜이 잇따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