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수제비집]항시 넉넉히 끓여내 뜸이 푹 들고 쫀득한 수제비를 항아리에 푸짐하게 담아내놓으면 누군들 마다할 사람이 없다.
노릿노릿한 속살이 먹음직스러운 애호박이 드문드문 섞인 수제비국은 초여름 날씨와 딱 맞아 떨어지는 계절식이다. 매콤한 풋고추지를 다져넣은 양념장을 한 수저 떠넣거나 열무김치를 얹어 간을 해 먹으면 더위로 잃었던 입맛이 절로 살아난다.
애호박과 풋고추가 나고 햇감자가 날 때, 멸치국물에 조개라도 몇 마리 넣어 국물맛을 돋우고 달콤한 애호박과 함께 햇감자를 넣어 적당히 풀어져 구수한 향이 배어날 때 수제비 맛은 절정에 이른다.
톡 쏘듯 영근 풋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으면 땀은 더욱 솟구치고 시원한 열무김치로 입안을 식히며 먹는 맛은 딱 그만이다.
이런 맛을 도심 한가운데서 최대한 살려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는 곳들이 있다. 그중 내력이 오래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삼청동 총리공관 앞에 있는 '삼청동수제비'집은 올해로 20년째를 맞고 있다.
바지락조개와 새우살을 넣어 맛을 낸 담백한 국물과 알맞게 반죽해 손으로 떼어넣는 수제비는 2인분을 기준으로 자그마한 항아리에 담겨나와 그릇에 옮겨 먹는데 누구에게나 간이 맞고 부담없는 맛이 일품이다.
찬도 파란 열무김치와 빨간 배추김치가 알맞게 익어 제맛이 나고 풋고추지를 다져 만든 양념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입맛대로 간하면 된다.
가까이 경복궁 뜰과 국립박물관, 민속박물관이 이어지고 현대화랑과 금호미술관 등 사간동 화랑가가 있어 휴일을 이용한 산책 겸 외식거리로 알맞다. 문화행사를 마치고 나서 새참을 먹는 마음으로 즐겨도 부담없어 좋다.
밀수제비 4,000원, 보다 쫄깃하게 맛을 낸 찹쌀수제비는 6,000원 받는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102 (02)735-2965 (출처:두산 주류 '처음처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