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1만 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상상의 나래를 영상 위에 펼쳐놓았다. 거대한 매머드, 인간을 잡아먹는 육식성 새 포루시드하시드,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고 있는 검치호랑이 스밀로돈 등 동물들이 압권. 거기에 세상의 끝으로 설정된 땅을 찾아나서야 해 뉴질랜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시시대와 유사한 자연환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흔히 블록버스터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인데 '10,000 BC'는 역발상으로 원시시대를 불러냈다. 광활한 땅과 맹수, 용맹스러운 원시 부족의 인간들은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았던 시대 인간의 겸손함을 드러내보인다.
하지만 드넓고 험준한 산맥, 과학책에서 봤던 원시 동물이 재현됐다 해서 새로움을 주는 건 아니다. 한 남자의 영웅담은 진부하고, 깜짝 놀랄 만한 영상도 그리 많지 않다. 블록버스터로서 위용을 자랑하는 데 그칠 일이지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보이는 누를 범할 것까지야.
독일 출신의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인디펜던스데이' '투모로우' 등 할리우드에서 꽤 많은 블록버스터를 만든 경험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아주 빼어나지는 않지만 볼 만한 영화를 만드는 솜씨를 보여준다.
마낙으로 불리는 매머드를 사냥하고 사는 야갈 부족. '위대한 어머니'는 어느 날 부모를 잃고 부족에 들어온 에블렛이 영웅을 이끌고, 그녀를 통해 한 영웅이 등장한다고 예언한다. 들레이는 어렸을 때부터 에블렛을 좋아하고 에블렛 역시 들레이를 좋아한다.
부족장인 들레이의 아버지는 식량인 매머드를 하릴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운명을 거부하고 부족들의 먹을거리를 찾아 몰래 떠난다. 친구 틴틴에게만 이 사실을 알리고 비밀에 부친다. 들레이는 부족장이 도망갔다고 오해한 친구들로부터 겁쟁이라고 비난받고 따돌림을 당한다.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 마낙 사냥날 들레이는 엉겹결에 마낙을 죽이고 부족장의 징표인 하얀 창을 물려받지만 곧 이를 틴틴에게 되돌려준다.
'위대한 어머니'의 예언대로 이날 '다리 넷인 악마', 즉 말을 탄 병사들이 몰려와 부족을 쑥대밭을 만들고 에블렛을 비롯한 부족민들을 납치한다.
이들을 찾기 위해 들레이는 틴틴과 함께 세상의 끝을 향한 먼 곳으로 떠나고, 그 과정에서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예언 속의 '송곳니'(검치호랑이)와 말을 하는 남자로 평가받아 다른 부족들까지 이끌게 된다.
세상의 끝에서 맞닥뜨린 건 납치한 원시인들을 노예로 부리고 매머드를 동원해 피라미드 신전을 세우는 문명인들. 들레이는 각 부족 전사들과 함께 이들에 맞서 싸운다.
1만2천 년 전 문명 세계가 있었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도르래 등 과학적인 건축도구들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주인공 들레이 역의 스티븐 스트레이트는 경력이 그리 많지 않은 신인 배우. 깊은 눈이 인상적이다. 에블렛 역의 카밀라 벨은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15세 이상 관람가.(연합뉴스)
![]() |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