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얇아지는 계절… 다이어트 백태
클리닉 대신 e카페서 정보교류…전화로 간단히 식단.운동처방
맞춤 프로그램 도시락 배달도…모든 운동의 기본은 걷기부터
직장인 주미경(가명.28) 씨는 며칠 전 회사에 지각을 했다. 늦잠을 잔 것도 아닌데 지각을 한 까닭은 옷을 고르는 데 시간을 15분이나 허비했기 때문.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봄옷을 꺼내 입던 주씨는 여기저기 붙은 군살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이 옷 저 옷을 바꿔 입으며 고민하다 결국 늦고 말았다. 겨우내 부쩍 찐 살들을 보며 주씨는 이런 상태로 여름을 어떻게 맞을까 심란해지기까지 했다. 주씨는 출근길에 속으로 다짐한다. “올해 봄맞이는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부르는 계절, 봄
평년보다 빨리 찾아온 봄이 달갑지 않은 여성들이 많다. 가을, 겨울 동안 두꺼운 옷에 가려져 방심하고 있었는데 얇은 옷을 입으니 영 폼이 안 난다. 더구나 마음을 더욱 급하게 만드는 것은 봄인가 싶으면 금세 여름으로 들어서는 요즘 날씨다. 한 달, 늦어도 두 달 안에는 몸매 관리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죄어오기 시작한다.
봄 옷차림에 맞는 몸매를 단시간에 만들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이도 적지 않다. 실제로 봄이 되면 성형외과의 주요 지방흡입 부위가 달라진다. 평소에는 복부와 허벅지 등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지만 옷차림이 가벼워지기 시작하면서 시술부위가 미세한 부분으로 옮겨간다. 조영신 영클리닉 원장은 “봄이 되면 전체 환자 중 40%에 달할 정도로 팔뚝과 겨드랑이 부분을 시술하려는 여성들이 급격하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여성들의 위기감을 반영하듯 다이어트 관련 산업도 봄이면 기지개를 켠다. 오픈마켓 G마켓(www.gmarket.co.kr)은 3월 들어 다이어트 관련 상품 판매량이 지난달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복부를 관리하는 전자 근육 자극기와 같은 상품은 물론 줄넘기, 훌라후프와 같은 기본적인 상품도 인기다. 또 야외 활동을 위한 레포츠 용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출퇴근 시 유용하고 유산소 운동 효과가 좋은 자전거 관련 상품 판매건수도 전월 대비 1.3배 증가했다.
비만클리닉에도 봄을 맞아 본격적으로 몸매를 관리하기 위한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 비만클리닉 365mc의 경우 지점별로 차이는 있지만, 고객수가 겨울보다 평균 30% 이상 증가했다. 여름에 비키니를 입으려면 다이어트는 지금 시작해도 빠른 편이 아니다.
▶올봄, 다이어트는 진화한다
“저 내일부터 덴마크 다이어트 시작합니다. 같이 하실 분 안 계시나요?” 요즘 인터넷 다이어트 카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이다. 다이어트도 실시간, 쌍방향 시대다. 온라인에서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격려도 해가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봄을 맞아 다이어트 결심은 했더라도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은데 이럴 때, 온라인에서라도 다이어트 동지가 있으면 큰 힘이 된다. 요즘 쌍방향 다이어트의 대표주자는 덴마크 다이어트.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사를 2주 동안 하고 이후 보양식단을 챙겨먹는 이 다이어트는 정해진 식단대로만 하면 돼 인기가 높다.
이런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4일째, 어지러워요” “6일째인데 왜 살이 찌고 있는거죠?” 등 하루하루 상황을 전하는 온라인 다이어트 일기도 유행이다. 그날그날 다이어트 상황, 어긴 것은 없는지 등을 적다 올리다 보면 혼자만의 힘든 다이어트라는 생각은 사라진다. 또 굳이 다이어트 전문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식단과 운동을 전화와 온라인으로 처방해주는 ‘다이어트스쿨 살잡이’와 같은 곳도 편리하게 이용해 볼 수 있다.
봄이 오면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직장여성들도 부쩍 눈에 띈다. 고물가로 부쩍 부담스러워졌다는 직장인 점심값 때문일까. 당연히 아니다. 다이어트 식단에 따른 나만의 점심식사가 필요하기 때문.
A경제연구원에 다니는 정은영(29.가명) 씨는 지난해 봄, 도시락 다이어트를 했다. 닭가슴살과 과일, 야채 등을 점심도시락으로 챙기고 배가 출출해지는 5시쯤 먹을 고구마와 요거트 등을 싸서 다녔다. 정씨는 이를 위해 주말에 장을 보고, 2~3일에 한 번 정도 재료를 손질해서 도시락을 미리 챙겨두는 일을 한 달 동안 했다. 정씨는 “올봄에도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마트에서 손질해서 파는 야채샐러드를 애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귀찮다면 식단대로 배달해 주는 업체도 괜찮다. 에스포유(www.s4u.kr) 등 덴마크 다이어트 식단대로 도시락을 배달해 주는 업체 수도 늘어나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봄 다이어트
봄은 다이어트 필요성을 느끼는 계절이면서도 다이어트가 힘든 계절이기도 하다. 만물이 살아나듯 겨울철 잃었던 입맛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왕성해진 식욕은 봄 다이어트 의지를 번번이 꺾어놓는다. 이런 때에 맞는 다이어트 방법은 무엇일까.
봄철에는 활기찬 외부의 기온에 따라 식욕이 왕성해진 반면, 몸은 나른하고 식사 후 노곤함을 느끼는 춘곤증이 나타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특히, 봄에는 싱싱하고 상큼한 막 캐낸 봄나물로 부족했던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 새콤달콤하게 식초에 무친 미나리, 냉이, 달래, 씀바귀는 생각만 해도 상큼하다.
또 겨우내 움츠려 있던 신체를 많이 움직여야 한다. 직장인 유지연(30) 씨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으로 봄철 운동 워밍업을 시작했다. 버스 한 정거장 전에 내리는 것도 효과가 좋아서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봄 운동은 겨울에 움직임이 적었던 관절이나 근육이 놀라지 않게 등산이나 산책, 조깅, 자전거타기 등 무리하지 않는 운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나 봄 다이어트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따뜻한 날씨에 화들짝 놀라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대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과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하진 비만클리닉 365mc 원장은 “단기간에 살을 빼려는 무리한 계획이나 욕심보다, 비만을 가져온 원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며 “혼자서 다이어트를 하기보다는 친구나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고 오랜 기간 여러 가지 방법의 다이어트를 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에는 전문의 또는 전문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어떤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든 간에 멋진 옷 맵시를 자랑하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봄맞이 다이어트에 분주한 여성들의 마음은 벌써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