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제 위기가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3주일 앞으로 다가온 4.9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각 당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적 금융 위기라는 외생 변수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유권자들의 표심도 선택 방향을 달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대선 당시 `경제'에 올인했던 유권자들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안정론과 `경제 대통령이라면서 벌써 경제가 악화되느냐'는 실망론 속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특히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한 당직자는 19일 "여론 추세를 보면 한나라당이나 이 대통령의 지지도가 조금씩이나마 빠지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새 정부에 대한 걱정, 어쩌면 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조금씩 살아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출범한 지 한 달 밖에 안됐기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 현 정부의 책임으로는 돌릴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경제를 살리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용인하고 뽑아준 상황에서 경제가 악화된 데 대해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안정적 과반의석 확보를 위해서라도 경제의 안정이 시급하다고 보고 당 차원의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당이 주도가 돼 물가안정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당정청 정책 조율 과정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룬다는 방침도 정해 놓았다.
당내에서는 경제위기 조짐이 나타날 수록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안정론이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내놓았다.
또 야당이 최근의 경제 상황을 새 정부의 책임으로 돌리는데 대해 "전 정권의 책임"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무현 정권 때 소위 대응능력을 약하게 만들었다"면서 "금리 정책을 쓸려니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를 잔뜩 늘려놓아 잘못 건드리면 안되는 상황이고, 재정 정책을 쓸려고 하니 지금도 재정 적자가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출을 아예 꼼짝을 못하게 못을 박아놓았고 왕창 쓰게 만들었으니 거기에 대고 감세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노무현 정권이 정책 기반을 허물어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층이 급증하면서 견제론 확산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심 감추지 않고 있다.
당장 민생경제를 살필 것을 강하게 주문하면서 한나라당과 정부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이명박정부 출범 후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다 다시 IMF(국제통화기금) 위기가 오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너무 안이하다"면서 "지금은 말초적인 인기영합만을 생각하지 말고 민생 경제를 챙기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경제이슈 선점을 위해 물가 5적 잡기, 등록금 문제 해결, 소상공인 전성시대를 비롯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한 당직자는 "2000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위원장을 맡았던 이한구 의원이 국가 채무나 실업자 문제 등을 집중 공격하면서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이 연일 방어에 급급했던 적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반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경제를 살리겠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이 대통령이 실상 역할을 한 것이 없는 것 아니냐, 매일 엉뚱한 일만 하는 것이냐는 여론이 일어날 수 있고, 국민의 짜증감이 더해지면서 표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