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정모씨의 집안에서 마취성분을 만드는 방법이 적힌 종이가 발견됐다.
안양 초등학생 유괴.살인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21일 정씨 집을 정밀 수색한 결과, "약국에서 '△△△'를 사서 '○○○'에 타면 마취제가 된다"고 적힌 A4 용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정씨 집에서 이런 성분의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지난 11일 수원 호매실IC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혜진양 시신에 대한 부검에서도 마취제 등 별다른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정씨 집에서 발견된 종이에 표시된 약물은 마취 효과가 매우 빨라 가벼운 수술, 분만, 화상 치료에 쓰이는 전신 마취제로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없는 약품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정씨가 범행 직후 통화한 대학선배 A씨를 상대로 범죄연관성 여부를 조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연관성을 확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가 두 어린이 실종 당일인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10시께 렌터카를 빌린 직후 집에서 군포시 금정동에 사는 대학선배 A씨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실을 확인하고 A씨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컴퓨터와 회사차량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한 의류와 신발 등에서 이번 범죄와 관련된 흔적이 남아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또 지난 17일과 20일 두 차례에 걸쳐 A씨를 소환, 사건 당일 정씨와 만나 나눈 이야기와 정씨가 범행 직후 A씨에게 전화를 건 이유 등을 조사했으나 그 결과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와 대학선배가 범행 다음날 오전 서로 만난 사실을 새롭게 확인함에 따라 만난 이유와 장소 등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오전에 정씨를 만나 술을 마시고 헤어졌고 오후 10시께 (정씨로부터) '잘 들어갔냐'며 안부전화가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를 상대로 압수수색 등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범죄연관성은 찾지 못했다"며 "압수수색한 A씨의 차량 등에 대해 혈흔반응 검사를 실시하는 등 추가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조사중인 대학선배는 정씨와 같은 학과를 나온 뒤 군포시에서 전자 관련 사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 당일 정씨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정씨가 안양 자신의 집에서 군포로 가는 47번 도로-42번 수인산업도로-과천.봉담간 고속화도로-호매실IC를 통해 혜진양을 야산에 유기했고 이어 안양 박달동-목감동-물항저수지-안산 선부동-중앙동-반월공단-시화공단으로 이동해 예슬양을 군자천에 유기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이동경로는 정씨가 사건 당일 범행에 사용한 렌터카 주행거리(180㎞)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정씨의 집 화장실의 혈흔과 압수한 범행도구 손잡이에서 채취한 체액이 누구의 것인지 신원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두 어린이 시신의 부패가 심해 성폭행 여부를 감정하기 어렵다"는 국과수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