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로 들어간 광고… 광고로 나온 드라마
쌍용차 단편영화‘유턴’협찬.영화속 이미지 CF 재탄생
드라마 제작비 절감-PPL효과 극대화‘기묘한 동거’대세
#21. 밤 그 황량한 도로를 차가 달린다.
#25. 지섭의 표정이 일순간 변하며 바퀴가 돌고, 차가 돌고, 세상이 돈다.
#34. 여자,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광고일까, 드라마일까. 소지섭과 이연희가 출연하는 쌍용자동차 ‘액티언’ ‘액티언스포츠’ 광고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느낌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드라마틱 드라이브’라는 카피를 내건 이 광고는 아닌 게 아니라 케이블채널 OCN과 슈퍼액션의 단편영화 ‘유턴(U-Turn)’의 이미지를 편집한 것. 장진 감독이 연출한 5분짜리 4부작 TV영화 ‘유턴’이 광고 속 장면으로도 활용된 것이다. PPL로 활용됐던 장면이 다시 광고로 재탄생한 셈이다.
광고와 드라마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소비자에게 조금 더 깊은 인상을 남기려는 광고업계의 노력과 드라마 간접광고(PPL)의 활성화가 맞물려 새로운 시도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유턴’ 제작에 협찬사로 참여했고, 이를 자사 광고에 다시 활용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소지섭의 복귀작인 데다가 장진 감독의 참여로 화제가 된 ‘유턴’의 인기를 광고에서도 이어가니 일석이조다.
김양우 쌍용자동차 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스토리가 있는 영화로 제작하면 타깃 소비자층에게 브랜드를 친숙하게 알리는 효과가 있으며 이번 광고마케팅 기법은 고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시도는 일명 ‘이효리 드라마’라고 불린 SBS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서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먼저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에 협찬사로 참여한 뒤 이효리를 모델로 ‘사랑한다면 투싼처럼’이라는 카피를 선보였다. 투싼은 드라마 속 곳곳에 출연했고 드라마가 끝난 직후 바로 현대자동차 광고가 배치돼 이효리와 투싼이 재등장한다.
아예 종영한 드라마의 한 장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도 있다. LG화학 ‘지인’은 KBS2 ‘인순이는 예쁘다’의 한 장면을 보여준다. 클로즈업 되는 것은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이 아니라 마루와 벽지다.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의 한 장면입니다. 인테리어 계획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보여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오며 ‘그 마루, 그 벽지, 알고보면 지인입니다’고 마무리된다. 이는 드라마 세트에 PPL로 사용된 자사 제품 장면을 광고에 고스란히 옮겨온 것이다. 이런 광고의 등장은 제작비 조달을 위한 PPL 활성화와 이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PPL 드라마’라고 불렸던 것처럼 부정적인 시선도 간과할 수 없다. 드라마 속에 광고가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부감을 호소하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은 과도한 간접광고로 옛 방송위원회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광고의 홍수 속에 드라마나 영화를 활용한 감각적인 광고가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도한 간접광고로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광고와 드라마가 ‘행복한 동거’를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