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쇠고기 협상 타결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 개방을 앞두고 광우병의 위험성을 둘러싼 각종 주장과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으나 정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국민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실상을 정확히 알리라고 지시했고, 한나라당은 일부 언론과 야당이 선동에 가까운 주장으로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반면 통합민주당 등 야권은 현 정권이 국민의 불안 호소에 뒷짐만 지고 있다며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한미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와 정례회동을 갖고 광우병 우려와 관련,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정부 뿐 아니라 당에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실상을 정확히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이 문제를 정치적 논리로 접근해서 사회 불안을 증폭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이에 따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과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 관계 장관들은 이날 오후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광우병의 실상을 알리고 국민에게 협조를 당부한 뒤 6일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광우병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이 대변인은 "영국에서는 광우병이 18만건이 발생했으나 소가 100만 마리 가량 있다고 추산되는 일본에서는 30여건, 1억마리가 있다는 미국에서는 3건 발생했으며, 전세계 90여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다"며 "당정협의를 통해 쇠고기 수입재개에 따른 실효성 있는 사후대책을 면밀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지나친 광우병 공포감 조성이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을 통해 퍼지고 있다"면서 "광우병을 걱정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과장되게 확대 재생산해서 국민에게 공포심을 갖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광우병이 확산된다는 거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국민을 정신적 공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면서 "일부 민주당 의원이 `한국인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취약하다'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손학규 공동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우호관계 증진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이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민검역 주권을 송두리째 내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고 재협상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민건강을 지키는 검역을 완전히 할 수 있도록 특별입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재형 최고위원은 "앞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협약에 대해서는 국회의 비준을 받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책임자 문책은 당연하며 지금 무효화 추진 국민운동이 일어날 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화방송(MBC)은 지난달 29일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을 통해 "우리 민족은 광우병에 약한 유전형을 가진 비율이 90%가 넘어 병에 걸리기 쉽다"는 내용을 방송했고 인터넷에도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각종 주장들이 떠돌면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던 이 대통령의 미니 홈피는 네티즌의 비판 댓글이 쏟아지면서 사실상 문을 닫았고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는 글을 올린 한 여성 연예인의 미니 홈피에는 수만명이 방문했다.
또 인터넷 포털 `다음'에는 '1천만명 서명, 이 대통령 탄핵을 요구합니다'란 코너가 생겼고, 2일 오전 10시 40분 현재 50만1천312명이 서명했다.
이와 함께 안티 이명박` 카페 회원들은 2일 오후 서울 청계천 일원에서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문화제를 열 예정이고 3일에는 `정책반대시위연대`가 청계천에서 `미친 광우병 소고기 수입과 건강보험 민영화 저지를 위한 대국민 촛불행사`를 준비하는 등 반대집회도 줄을 잇고 있다.
한편 광우병의 위험성을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MBC TV 'PD수첩'이 이에 대한 후속편을 내보낸다.
'PD수첩'의 조능희 책임프로듀서(CP)는 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방송에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아 13일 후속편으로 내보낼 예정"이라며 "후속편에서는 우리나라 검역 시스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지난달 29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 여부와 광우병의 위험성 등을 다룬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내보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