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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카메라를 준비해 순간마다 사진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시기 바랍니다.”
여행사 가이드의 조언이 아니다. 지금 인터넷 공간에서는 ‘닭장투어’가 인기다. ‘닭장투어’란 연일 이어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와 가두행진 가운데 일명 닭장차(경찰 호송버스)에 자진해 올라 경찰서로 연행됐다 풀려나는 과정을 희화화한 용어.
일부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 관련 글과 사진을 퍼나르고 있다. 여기에는 “촛불잔치를 하다 지치고 배고픈 때인 자정이 되면 일제히 ‘닭장차 앞으로!’를 외치고 경찰이 친절하게 대기시켜 놓은 닭장관광버스에 탑승하면 된다”고 돼 있다. 또 “닭장여행사에서 경찰서 홍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무료 관광상품’ ‘제공되는 서비스는 ‘피해라 날선 방패’ ‘즐거운 신분조회’ ‘닭차안에서의 정모’ ‘닭장차 시승 서비스’ ‘사진 퍼레이드’ 등이 있다. 이 모든 서비스를 받으신 후 아침밥을 먹고 서비스를 마칠 예정”이라는 글들도 있다.
실제 최근 집회현장에서는 자발적으로 호송버스에 탑승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새벽까지 3일째 가두행진에 참석한 서모(37)씨는 “28일 새벽의 경우 경찰에 포위된 참가자들 사이에 몸싸움하느니 차라리 자발적으로 잡혀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과거 운동권의 경우 연행을 적극적으로 회피했지만 최근 운동권 전력이 없는 일반 시민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이들은 연행 자체를 유쾌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공권력에 대한 심각한 무시’라는 의견과 ‘무시를 자초한 것은 다름 아닌 공권력’이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경찰은 공권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계속되고 있는 공권력에 대한 경시가 이번 집회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칫 불법 행위들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정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주최측은 경찰의 무원칙 대응이 화를 자초했다는 주장이다. 한용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이는 경찰의 폭력 대응에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정당함을 밝히는 방법”이라며 “지금 시민들은 말도 안되는 공권력을 희화화시키는 방법으로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측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경찰 대응 안내서를 통해 미란다 원칙, 묵비권 행사 등 연행 과정, 조사, 유치장 입감 시 대응 요령에 대해 알리고 있다.
임희윤 기자(imi@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