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안의 하나로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을 내걸고 시민들의 자발적 감시와 단속을 유도할 계획이다. 봉파라치(봉투), 쓰파라치(쓰레기) 등에 이어 '식파라치'(식당.음식)', '쇠파라치'(쇠고기)와 같은 전문 신고꾼까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4천700명 단속은 3개월만..이후 658명이 전부
2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국회를 통과한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은 ▲ 식당.뷔페.예식장 등 일반음식점 ▲ 패스트푸드점.분식점 등 휴게음식점 ▲ 학교.기업.기숙사.공공기관.병원 등 집단급식소 모두 예외없이 소.돼지.닭고기와 밥, 김치류의 원산지를 의무적으로 밝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정육점 등 유통 단계에만 국한됐던 농림수산식품부의 원산지 단속 권한도 음식점까지 확대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주관 부서인 농식품부가 직접 최종 소비까지 챙기라는 취지다.
보건복지가족부와 한국음식업중앙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일반 음식점 수는 57만3천여 곳, 소.돼지.닭고기 취급 업소는 22만8천여 곳에 이른다. 특히 이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의 주요 수요처인 구이류 쇠고기 취급 업소만 해도 무려 4만4천236 곳이다.
정부는 이 같은 대상 확대에 맞춰 원산지 단속 주체인 농식품부 산하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의 특별사법경찰을 400명에서 1천명으로 늘리고 지자체 인력 243명, 생산.소비자단체 등 명예감시원 3천530명을 더해 616개 반 4천773명의 단속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초기인 6~8월 특별단속기간의 운영 계획이다. 농관원이나 지자체가 다른 업무를 모두 접고 1년 내내 원산지 단속에만 매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농관원은 9월 이후 상시 단속반은 농관원 직원 112명(원산지단속 112 기동대)과 명예감시원 500명 등 모두 612명(56개 반)으로 구성할 방침이다. 또 농관원 15명, 한우협회유통감시단 30명 등 45명(15개 반)의 '전문 단속반'은 가장 큰 이슈인 음식점 쇠고기 원산지 단속을 전담한다.
한 마디로 9월 이후 상시 단속 체제로 전환되면, 전국 57만여 식당의 소.돼지.닭고기와 밥, 김치류의 원산지 감시 업무가 민간 인력을 포함해도 불과 657 명(612 명+45 명)에게 집중된다는 얘기다.
◇ 농관원.검역원 300여명 증원 요청
정부 역시 단속 업무량 폭증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9일 검역 및 원산지 단속 관계관 회의에서 최도일 농산물품질관리원장에게 "도대체 얼마나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이냐"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에 최도일 농산물품질관리원장은 "일이 많으면 밤까지, 주말에도 하겠다"고 의욕을 보이며 "제보를 받아 단속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현재 112명인 기동 단속반의 인력이 두 배 정도만 늘어나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최 원장의 말대로 농관원은 현재 112명인 원산지단속 기동대의 인원을 224명으로 늘리고 서울.부산.인천.울산 등 대도시 출장소 파견 인력(52 명), 유전자(DNA) 분석 등 원산지 검정인력(28명) 등을 충원하기 위해 이미 행정안전부에 230명의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농관원 관계자는 "행안부와 협의 중이고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인력난을 겪기는 미국산 쇠고기 검역을 담당하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마찬가지다. 다른 호주.뉴질랜드산과 달리 미국산 쇠고기의 현물 검사비율을 1%에서 3%로 높이고 내장.혀 등에 대한 현미경 조직검사까지 약속하면서 업무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급한대로 검역원은 수도권 수요 물량이 집중되는 중부지원에 본원이나 다른 지원에서 차출된 10여명의 검역관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이미 검역원 정원이 619명에서 585명으로 줄어 검역관 및 연구원 등이 더욱 부족한 상태"라며 "따라서 100여명의 증원을 요청했으나 행안부가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도 29일 회의 석상에서 "사람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으나 정부 기조가 조직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해 사실상 농관원과 검역원의 증원이 무산됐음을 시사했다.
◇ 포상금 최대 200만원..세부기준 마련 중
당국의 일손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시민들의 자율적 감시와 신고다. 정운천 장관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시민들에게 적극 알려 원산지 단속에 소비자들이 함께 참여토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산물 부정유통 신고 포상금제도는 잘못된 원산지 표시를 신고하거나 검거한 일반인.공무원에게 포상금을 주는 것으로, 농산물품질관리법 제30조와 시행령 제31조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현재 농식품부 고시의 포상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 원산지 허위표시 물량 가치가 500만원 미만이면 10만~50만 원 ▲ 허위표시 물량 가치가 500만~10억원이면 100만~200만원 ▲ 미표시 과태료가 50만원 이상이면 10만~50만원을 신고 또는 검거한 민간인에게 줘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지금까지 유통 단계 원산지 단속에 적용되던 것으로, 이제 음식점까지 대상에 포함된 만큼 현실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농관원 관계자는 "일단 최대 포상금 200만원은 그대로 두지만, 세부 지급 기준과 액수는 손질해야한다"며 "이달 말 새 농산물품질관리법 실행 시점에 맞춰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원산지 표시가 없는 식당 한 곳만 신고해도 최저 1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야하는데, 대상 음식점이 57만 곳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예산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단속의 실효성에 비해 전문 신고꾼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유통 과정의 농산물 부정 유통 사례를 민간인이 신고한 것은 910 건이었고, 총 2억3천55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 바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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