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이 남성이 최근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재개발 이주비도 받지 못하는 등 생활고에 시달려 왔으며 보름전부터 촛불문화제에 참가해왔다는 가족의 말을 근거로 분신 배경과 경위 등을 조사중이다.
5일 오전 2시 40분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내 분수대 옆에서 김모(56·일용직 노동자)씨가 페트병에 담긴 인화성 액체를 머리와 몸에 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김씨는 주변 시민들의 신고로 경찰과 119소방대에 의해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얼굴, 팔, 다리 등 전신의 42%에 2∼3도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씨의 주치의는 "기도 손상이 있어서 생명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씨가 분신을 시도한 직후 고교생 김모(17), 또 다른 김모(17)군과 정모(19)씨 등 주변에 있던 10대 청소년들이 들고 있던 생수 등을 이용해 불을 껐으며 이들은 이 과정에서 가벼운 화상을 입었다.
김씨는 분신 10분 전인 오전 2시 28분께 남대문경찰서로 전화해 "시청 앞에서 분신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목격자들은 "촛불집회를 마치고 약 40명이 서울광장에 모여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김씨가 다가오더니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기를 주면서 `기자들 언제 오느냐', `무슨 일 있으면 우리 식구들에게 알려달라'고 말한 뒤 몸에 불을 붙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최근 며칠간 대한문 광장 근처 등에서 김씨가 매일 밤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것을 본 것 같다"고 말했으며, 김씨 부인 문모씨는 "남편이 보름 전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참가해 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7∼8개월 가량 한우농장에서 퇴비를 나르고 사료를 주는 등 일을 해 왔으나 사료값이 폭등하는 등 농장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서 실직해 가장으로서 자괴감을 토로해 왔다고 문씨는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동작구 본동 재개발 지역에 살던 김씨가 이주비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받지 못하게 되자 사회에 불만이 컸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최근 동작구 뉴타운 개발계획과 관련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김씨가 공무집행방해, 공공기물파손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실도 확인하고 김씨의 보호관찰을 담당해 온 공무원의 진술도 들을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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