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확하게 표기된 식품의 유통기한을 놓고 소비자와 대형 식품업체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식별하기 어렵게 인쇄된 유통기한 표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북 구미시의 이모씨는 지난 4일 빙그레의 ‘야채타임’ 과자를 사서 먹으려다 제품 속에 첨부된 오뚜기 소형 케첩의 유통기한이 2000년 3월12일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과자 겉포장을 살펴보니 2008년 10월 28일로 또렷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믿어지지 않아 한 번 더 케첩의 숫자를 자세히 살펴봤다. 흐리긴 하지만 분명 2000년 3월 12일이었다. 과자 자체의 유통기한이 변조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워 과자도 먹지 않았다.
빙그레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자 다음 날 연락이 와 “유통기한은 2009년 3월12일이라"고 우겼다. 연도수의 마지막 숫자가 '0'이 아니라 '9'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이씨는 “연도수를 표시하는 마지막 3자리 수가 모두 '000'으로 표기돼 있는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2999년 3월12일이냐?”고 반박하자 빙그레측은 “오뚜기측에 날짜를 제대로 찍어달라고 요청했는데 잘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책임을 전가했다.
이씨는 '날짜표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 워낙 희미해 확인이 어려웠다. 검은 싸인 펜으로 홈을 메워보자 더욱 분명히 2000년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다시 업체 측으로 보냈다.
그러자 상담원은 “그 과자는 버리시고 과자가격만큼 환불해 드리겠다”고 답변해 이씨를 더욱 기막히게 했다.
이씨는 “숫자가 잘못 찍힌 건지 유통기한이 지난건지 알 수 없지만 1, 2년도 아니고 8년씩이나 차이가 나는데 확인 한번 없이 버리라며 몇 백 원 계좌로 보내준다는 게 말이 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요즘 먹거리에 한참 예민한 때인데 의혹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유통단계 등 구체적인 설명은 없이 과자가격만큼 환불해 주면 끝이라는 식이니...”라며 어이없어 했다.
다음날 본사 담당자가 이 씨를 방문해 사과 후 문제의 제품을 수거해갔다.
이에대해 빙그레 측 관계자는 “고객응대 시스템 체계를 갖추고 있어 클레임 제기 24시간 내에 방문해 처리하고 있다”며 “제품이상 시 1:1 환불규정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책임 회피로 오인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분명히 2009년이고 대량작업을 하다 보니 희미하게 찍히는 식의 오류가 생긴 것 같다. 동일 일자 생산 분에 대해 확인했고 8년 이상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유통기한 표시의 책임이 있는 오뚜기에대해서는 “앞으로 납품업체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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