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로그 시리얼 먹을때 벌레 있는지 주의하세요. 벌레 나오는 일이 다반사라서 별거 아니랍니다"

부산 대연동의 박모씨는 지난 21일 켈로그의 '아몬드후르츠너트'에 우유를 부어 먹던 중 득시글 거리는 수많은 벌레를 발견하고 기겁했다. 너무 놀라 켈로그 포장지 안을 들여다보니 그 안에도 작은 애벌레와 알들이 가득했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들에게 먹일 때 우유 위로 미세한 조각들이 떠올라 아몬드 부스러기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벌레 알이었던 것.

하루 전인 20일 밤 처음 개봉해 먹은 남편은 평소 시력이 좋지 않은데다 어두운 곳에서 TV를 보며 벌레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2/3가량을 먹었던 터였다. 아이는 이후 배가 아프다고 칭얼댔고 박씨 부부도 비위가 상해 음식을 먹지 못했다.

곧바로 켈로그로 연락해 상황을 전하자 다음날 수거를 위해 담당자가 방문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제품 특성상 이런 벌레가 나오는 경우는 다반사다. 별문제 될 게 없다.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하더라고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배짱을 튕겼다.

화가 난 박씨가 "설사 나올 수 있는 이물질이라 하더라도 우선 사과하고 소비자의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 회사는 별게 아닐지 몰라도 어린아들이 벌레를 먹은 우리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고 큰 소리로 반박하자 그제야 죄송하다며 증거사진을 갖고 돌아갔다.

잠시 후 본사 측에서 사과전화가 왔지만 박씨의 상한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웠다.

박씨를 더욱 황당하게 한건 다음날 박씨의 자택으로 켈로그 동일제품 4개가 배송된 것. 사전 아무런 예고조차 없이 물품을 보낸 것은 상황을 대충 무마하려는 태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업체의 대응에 크게 실망한 박씨는 해당구청의 환경위생과에 식품 이물질에 관한 내용을 조사의뢰했다.

업체 측은 병원진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업무시간을 빼가며 진료를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서 처리를 지연하고 있는 상태.

박씨는 "엎드려 절 받는 수준의 업체 대응수준에 크게 실망했다. 어떤 상황이라도 소비자의 건강과 심리적 충격을 먼저 배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켈로그 관계자는 "제품 수거를 거절해 사진 상으로 확인한 결과 쌀벌레의 일종인 화랑곡 나방으로 추정된다. 인체에 무해하나 소비자가 요청하신 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하지만 소비자가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해달라고 입장을 바꿔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제품 개봉시기등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달라 정확한 판단을 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영업직원의 응대 태도나 표현방법등에 대해서는 사내 교육을 통해 시정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백진주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