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탓에 올겨울 기부 활동이 저조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자선단체들은 개인들의 소액 기부가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10년 전 외환위기에 드러났던 `작은 이타심'을 떠올리고 있다.
8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해마다 연말이 되면 으레 기업들의 기부가 쇄도하곤 했지만 올해는 기부를 늘리거나 새로 기부에 나선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기업과 개인, 사회단체 가운데 모금액의 70% 이상을 기업에 기대는 공동모금회는 연말연시 `희망 이웃돕기 캠페인(12월1일∼다음해 1월31일)'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까 우려하고 있다.
기부총액이 매년 3∼100.5%까지 늘었던 점과 올해의 경기침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금 목표를 2천85억원(작년 1천985억원)으로 작년보다 100억원 늘려 잡았지만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모금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다들 어려워 기부를 늘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새로 가입하기도 주저해 부탁하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말했다.
모금회는 난국을 타개하려 모금 초점을 `부유한 개인'에 맞췄다. 1억원 이상 기부하는 사회지도자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를 활성화하려고 최근에는 프라이빗뱅킹(PB) 센터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모금회는 전했다.
반면 개인기부가 모금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굿네이버스와 같은 자선단체는 암울했던 예상을 뒤집는 `깜짝 활황'을 맞아 놀라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모금액이 작년 동기보다 32%나 늘어나 올해 모금 목표액의 98%를 이미 달성했다고 밝혔다.
굿네이버스 측은 "원래 거의 전부 개인 기부인데 올 하반기 들어 더 늘어나면서 목표를 초과 달성하게 됐다"고 밝혔다.
모금액에서 개인(최소 100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88%에서 올해 93%까지 늘었고 개인 평균 기부액도 작년 1만원에서 올해 2만3천원으로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긴장하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며 "기부자들에게 물어보니 `우리도 힘든데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더 힘들까'라는 공통된 대답이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현상은 10년 전 외환위기 때 서민들이 보인 동향과 같다"며 "그때도 기업들은 주저했지만 서민들은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자선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기업들이 기부와 관련한 장기 계획을 결정하는 데 주저하고 있지만 우리는 기업 의존도가 높지 않아 사업 차질은 없다"며 "연말 행사인 `아기 살리기 모자뜨기 캠페인'은 개인들의 왕성한 참여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기업과 개인의 기부 비율이 반반인 아름다운재단은 "예년에는 10여 건의 고액기부 문의가 있었지만 최근 두 달 간은 고액기부 상담 건수가 하나도 없었다. 정기적으로 돈을 내는 개인 기부자가 1만3천여명인데 이들은 거의 빠지는 법이 없어 경기침체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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