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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마늘 데이' 삼일절→'삼각 김밥 데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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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마늘 데이' 삼일절→'삼각 김밥 데이'로…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3.13 0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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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는 알아도 개천절은 모른다.

"개천절요? ‘곰과 사람이 결혼한 날 아닌가요?"

화이트데이(14일)를 하루 앞둔 13일 초콜릿 바구니를 한아름 들고 오는 이웃 집 초등학생의 말이다. 화이트데이는 밸런타인데이때 초콜릿 선물을 받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보답하는 날이다.

그러나 이런 ‘상식’을 가진 사람이 유독 이 아이 뿐일까?

작년 한 시민단체가 전북 전주 시내 초등학교에서 6학년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9명이 밸런타이데이, 화이트데이, 블랙데이(4월14일), 빼빼로데이(11월11일)의 의미와 날짜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어리데이(1월 14일), 로즈데이(5월 14일), 링데이(7월 14일) 등 비교적 덜 알려진 기념일을 줄줄이 꿰고 있는 어린이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중 우리나라 4대 국경일조차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었다. 삼일절과 광복절을 아는 초등생은 각각 42%, 34%였고, 제헌절ㆍ개천절에 대해서는 7~8%만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또 다시 '데이 마케팅' 광풍이 몰려오고 있다. 제과업체와 유통업체들이 화려한 포장지를 뒤덮은 화이트데이 초콜릿과 사탕을 매장 가득 전시해 놓고 청소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이트데이는 20여개에 달하는 각종 마케팅 데이중에서도 세손가락에 들 만큼 파워가 큰 날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에게는 매달 14일이 특별한 기념일이다. 어른들의 기념일은 설과 추석, 국경일에 몰려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은 어른들과는 완전 다른 기념일을 갖고 있다.

매월 14일이 10대들이 주도하는 기념일이라고 해서 ‘ 포틴데이’라는 특별한 용어도 생겨났다. 포틴데이는 옛말부터 전해지던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본뜬 것으로 1990년대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다이어리데이(1월 14일)와 블랙데이(4월 14일)·로즈데이(5월 14일)·키스데이(6월 14일)·실버데이(7월 14일)·그린데이 (8월 14일)·포토데이(9월 14일)·와인데이(10월 14일)·무비데이(11월 14일)·머니데이(12월 14일) 등 매달 14일이 모두 기념일이다.

이외 1자가 네 번 겹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2자가 세 번 겹치는 2월 22일 커플데이도 포틴데이 못잖은 청소년들의 파워 기념일이다.

최근에는 속옷업체들이 브라데이(8월8일)까지 만들었다. 8자를 눕혀놓으면 브래지어 모양이 되기 때문이란다.

기념일인지, 돈쓰라는 날인지 모를 데이들이다. 빼빼로데이는 롯데제과가 만들어냈다. 다이어리데이, 화이트데이, 포토데이, 무비데이 등도 각각 문구업계, 초콜릿업계, 사진업계, 영화업계 등이 주도해 만들어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은 365일이 모두 돈쓰는 ‘데이’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청소년들에게 어필하려면 앞으로 우리나라 국경일도 모두 ‘데이’의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개천절은 마늘데이, 삼일절은 삼각김밥데이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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