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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주문 2시간뒤 "꽃값 올랐으니 60% 더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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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 주문 2시간뒤 "꽃값 올랐으니 60% 더내라"
  • 김선겸 소비자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3.2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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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낮 12시쯤 인터넷 사이트 옥션에서 검색한 '꽃천사 플라워'(080-061-1004)에서 장미꽃 100송이를 주문했습니다.

1년에 10번도 채 만나지 못하는 여자친구에게 화이트데이 깜짝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여자친구의 웃는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고 뿌듯하더라고요.

일단 9만9000원을 업체에 입금하고 "언제까지 배달이 가능하죠?"라고 묻자 "000고객님, 당일 오후 5시까지 배달됩니다"라는 말을 듣고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바쁜 당일 장미꽃 배달신청을 했으니까요.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오후 2시쯤 "000고객님, 여자친구분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세요?"라며 업체분이 묻더라고요. 창피한 마음에 잘 모르겠다고 하니 좋은 문구도 골라주시고 '정말 좋은 꽃집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오후 4시쯤 업체로부터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000고객님, 꽃값이 올랐으니 60%를 더 내셨으면 좋겠는데요."

"(잘 못 들은 줄 알고)네 ? 얼마를 더 내라고요?"

"꽃값의 60%요. 못 내시면 장미꽃 개수를 줄일 수밖에 없겠는데요. 어떻게 하실래요?"

"그러면 장미꽃은 다 완성된 건가요?"

"......................"

다 만들지도 않고 꽃값을 2시간만에 더 요구하다니 기가 막히더군요.

순간, 여자친구의 얼굴이 생각났습니다. 결정하기까지 10초가 일년처럼 길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단 전화기를 내려놓고, 다른 곳으로 여기 저기 알아봤지만 너무 늦었더라고요.

깜짝이벤트로 준비를 한건데 '날 얼마나 실없는 놈으로 볼까'라는 생각도 들고, 여자친구가 남들 앞에서 '망신이나 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걱정이 몰려오더군요.

일을 마친 뒤, 미안한 마음에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고 '장미꽃'얘기는 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여자친구로부터 전화와 문자를 합쳐 20통이 넘게 연락이 왔더라고요. 무슨 일이 났는지 싶어 확인해보니 어제 있었던 '장미꽃'에 관한 얘기더군요.

나만의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여자친구가 알아버렸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꽃집이고 옥션이고 전화를 해서 "왜 내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느냐"며 막 따졌더니 "너무 죄송하고요. 미안합니다"라는 말 뿐.

실은 업체분한테서 사과전화가 몇 번 왔지만 머리 끝까지 치민 화에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습니다. 꽃같은 내 연인과 나 그리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슬픈 추억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꽃천사 플라워'(080 -0610-01004)가 그렇게 미워보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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