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만 3천여명에 이르는 대형 헬스클럽이지만 사전 예고도 없이 느닷없이 영업을 중단한 것. 이 헬스클럽은 영업 중단 수주 전에 파산절차에 들어갔지만 그 이후에도 할인가를 내세워 연회원을 모집, 피해를 키웠다.
작년 10월에 126만원을 주고 회원권을 1년 연장한 성기헌(31) 씨는 "아무런 사전 공지도 없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면서 "회원권을 연장하고 한 달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나머지 비용은 구제받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성 씨는 2008년 문을 닫은 `캘리포니아 와우'의 평생회원으로 등록했다 수백만원의 피해를 본 터라 연이은 헬스클럽의 폐업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이제는 대형 헬스클럽을 다니기 두려워 그냥 아파트내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이은 헬스클럽 부도..수십만∼수백만원 날려
최근 2∼3년 사이 `몸짱' 열풍을 등에 업고 피트니스센터가 번성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자본금없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회원들이 미리 납부한 회비만 떼어먹고 문을 닫는 `불량 헬스클럽'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일부 업자들은 회원들이 선납한 연회비만 챙긴 뒤 고의로 부도를 내고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들의 피해는 잇따르고 있지만 구제할 방법은 없다.
2007년에 아마존 휘트니스 강남점과 발리토탈휘트니스, 2008년에 캘리포니아 와우, 작년 초 삼성동과 역삼동, 명동에 체인을 둔 이아스피스에 이어 작년 말에는 선릉점과 대치점을 운영하던 휴먼액티브가 문을 닫았다.
모두 사전 공지없이 영업을 중단했고 영업점별로 수천 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하소연할 곳 없이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날려버렸다.
휴먼액티브 피해자인 김미정(32) 씨는 "남편과 함께 연회비로 100만원 남짓씩 냈는데 5개월어치를 이용 못했다"면서 "나야 피해액이 작지만 PT(개인 트레이너)회원권을 소지한 사람중에는 300만원 넘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는 작년 한 해 헬스클럽 관련 피해신고가 5천594건이 접수됐다. 전년보다 36% 급증한 것이다.
장기권을 끊었다가 중간에 그만두면서 환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민원이 다수를 차지하지만 갑작스런 폐업.영업중단에 따른 피해 신고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영업중단이나 폐업에 따른 소비자의 피해 신고가 전체의 10% 정도를 차지한다"면서 "사정은 딱하지만 현재로선 제도적으로 구제해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 소자본으로 창업..프리(Pre)세일 등으로 버티다 부도
문닫는 헬스클럽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헬스클럽은 관할 시.군.구에 임대차계약서와 생활체육지도자 3급 자격증만 제출하면 별다른 절차없이 간단하게 창업할 수 있다.
박희수 강남구청 생활체육팀장은 "건축물의 용도가 맞고 임대차계약서 등을 갖춰 신고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헬스클럽들이 적은 돈으로 일단 창업해놓고 회원들의 연회비로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운동기구 임대비용 등을 메운다. 대개 개업 수개월 전부터 영업사원을 고용해 `프리(Pre)세일'이라는 명목으로 회원을 끌어 모으는 영업전략을 쓴다.
많은 헬스클럽들이 할인된 가격이라면서 환불은 안되는 1년 회원권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이유도 초기에 들어간 막대한 비용을 막기위한 측면이 크다.
환불불가는 약관법 위반이지만 대부분 헬스클럽들은 약관에는 환불이 가능하도록 해놓고 이와는 별개로 `환불불가 조건의 할인가'로 개인약정을 맺는 편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간다.
설사 불공정 약관으로 영업하다 공정위에 적발돼도 시정만 하면 그만이다. 과태료도 없다.
파산된 헬스클럽의 정리작업을 했던 이 모씨는 "헬스클럽 사업주들은 대부분 건물을 임차하고 운동기구 등은 빌려서 개업한다"면서 "개업 이전부터 할인가를 내세워 연간 회원을 유치해서는 빚갚는데 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씨는 "그러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연회원 모집이 여의치 않으면 부도가 나는 것"이라며 "만약 연회원이 아닌 월 회원으로 등록을 받는다면 현재 영업중인 업체들의 상당수가 당장 망할 것"이라고 전했다.
HD휘트니스 창업컨설팅의 고창신 대표는 "피트니스센터들이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화려한 인테리어로 고객의 시선을 현혹하는데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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