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약국에서만 판매돼야 하는 '박카스'가 편의점과 찜질방등에서 불법 유통된 정황이 포착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조사에 나섰다. 시골 지역에서의 불법 유통은 더 광범위해서 읍이나 면 단위 슈퍼, 구멍가게등은 상당수가 박카스를 일반 드링크류와 같이 판매하고 있지만 행정 조치는 전혀 취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식약청 조사 결과 불법 유통 사실이 드러나면 연루자는 모두 경찰에 고발 조치된다.
31일 <메디소비자뉴스>는 서울 신촌의 한 편의점과 청담동의 모 사우나에서 박카스가 판매됐다. 이들 업소는 '포카리스웨트' 등을 납품하는 동아제약의 계열사 동아오츠카 영업사원이 거래처를 확대하기 위해 박카스를 공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본지 조사에서도 상당수 면 이나 읍 단위 슈퍼등은 박카스를 일반 드링크류와 같이 버젓이 진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서 OO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박 모씨는 "도매상이 박카스도 다른 음료수와 같이 공급해주어 수년전부터 판매해 왔지만 문제시 된 적은 한번도 없다"며 판매의 불법성에대해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 동아오츠카.동아제약 “박카스 불법유통 없다”
이번에 적발된 편의점은 박카스를 오래 전부터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찜질방의 경우 여탕 매점에서 냉장고에 박카스 박스를 비치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박카스를 납품했다고 지목된 동아오츠카 측은 “일부 영업사원이 개인적으로 약국에서 박카스를 구입했을지언정 회사는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도 “박카스가 의약품이라고 널리 알려져 있고,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판매된다”고 말했다.
양사는 박카스의 불법 유통 및 판매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약국이 아닌 곳에서 박카스가 불법 유통돼 보건당국이 단속하고 있지만 인력부족 등으로 놓친 사례가 보도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불법 유통 의혹을 사고 있는 동아오츠카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4남 강정석 동아제약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강신호 회장이 대표로 있는 동아쏘시오그룹은 2006년 11월 임시주총을 열고 강정석 전무를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했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데미소다, 블랙빈테라티, 오란씨 등 유명제품을 앞세워 음료 유통파워를 자랑한다. 때문에 동아오츠카가 박카스의 유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 식약청, 박카스 등 의약품 불법유통 ‘엄단’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박카스의 불법 유통 및 판매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식약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박카스 판매처를 확인하고 관할 보건소에 불법유통 경위 등을 확인하도록 했으며, 타 지자체 역시 불법 의약품 유통 및 판매에 대해 점검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으므로 다른 장소에서 이를 판매하면 약사법상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행위에 해당된다”며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청에 따르면 박카스는 타우린, 이노시톨, 카페인무수물, 니콘틴산아미드 등을 함유한 자양강장변질제로 허가돼 있다. 박카스는 부작용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박카스를 복용하다가 구역, 구토, 묽은 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박카스를 주기적으로 장기간 복용할 경우 말초신경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당내성 손상이나 고요산혈증, 간손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당내성 손상은 신체의 포도당을 대사하는 능력에 장애가 생긴 것을 말한다. 고요산혈증은 혈액 중 요산이 과잉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럴 경우 통풍 등이 나타날 수 있다.
◆ 박카스 불법판매 근절 되지 않아
박카스 불법 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경찰은 동아제약의 간부 등 일당 36명이 의약품도매상과 짜고 박카스를 약국에 넘긴 것처럼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정황을 포착하고,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당시 박카스는 식음료 도매상으로 넘어가 약 3년 동안 42억원 이상 불법 유통된 것으로 추정됐다.
동아제약은 박카스의 불법유통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던 중 허위세금계산서 수수 혐의가 발각되면서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국세청은 동아제약에 대해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세무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35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08년에는 서울 관악구약사회가 관내 수퍼마켓과 마트 등 60여곳을 조사한 결과 10곳이 박카스를 다른 드링크류와 함께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 의약품 수퍼판매 밥그릇 싸움 진행중
이처럼 박카스의 불법 유통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수퍼 등지로 유통망을 확대할 경우 매출을 쉽게 늘릴 수있기 때문이다. 또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박카스 등을 판매하더라도 일부 직원의 과실로 솜방망이 처벌로 그치는 등 사실상 의약품 유통관리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의 수퍼판매가 허용될 경우 그 과실은 모두 유통업계와 제약사의 몫이어서 불법유통이 적발되지 않는 한 묵인되는 분위기도 작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아제약은 그동안 수차례 박카스의 수퍼 판매를 추진해 왔지만 번번히 약사들의 반발에 밀려 실패했다. 박카스가 수퍼에서 판매될 경우 약국 판매가 급감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사단체 등은 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에 의해 의약품이 판매될 경우 약물 오.남용을 비롯해 약화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일반의약품의 수퍼판매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사진=메디소비자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