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툴루스 대학병원의 크리스틴 브레펠-쿠르봉 박사는 자살기도로 뇌에 산소공급이 끊어져 의식은 있어도 말을 못하고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2년째 계속되고 있는 48세의 무동성무언증(無動性無言症: Akinetic Mutism) 환자가 신세대 수면제의 하나인 암비엔(화학명: 졸피뎀)이 투여된지 20분만에 말을 하고 혼자 힘으로 몸을 움직였다고 밝힌 것으로 헬스데이 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이 환자는 자발적은 아니지만 말을 시키면 대답하고 혼자서 음식을 먹고 삼켰으며 침대에서 혼자 힘으로 몸을 움직이고 잠깐 걷기도 했다.
이러한 효과는 투약 20분 후 나타나기 시작해 2-3시간 계속되었으며 이런 효과가 반복되자 의료진은 하루에 암비엔을 3알씩 투여하기도 했으나 졸리운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브레펠-쿠르봉 박사는 수면제를 투약한 것은 환자가 불면증으로 잠을 자지 못했기 때문이었는데 이런 뜻밖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관한 그의 보고서는 미국의 의학전문지 '신경학 회보(Annals of Neurology)' 3월호에 실렸다.
의료진은 이 환자의 뇌를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한 결과 암비엔이 투여되면 전두엽(frontal lobes)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크립스 머시 병원의 신경과전문의 제임스 그리솔리아 박사는 이런 종류의 수면제는 잠을 들게 하는 외에 뇌의 혈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밝히고 이러한 뇌활동이 잠을 쫓아버렸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리솔리아 박사는 흥분제 투여로 혼수상태의 환자가 깨어난 일은 있으나 졸피뎀같은 약으로 식물환자가 깨어난 일은 없었다면서 이 약이 어떤 작용을 한 것인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임상적 미니 기적"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무반응 또는 반혼수 환자들 치료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텍사스 대학 의과대학 신경학과장 아시자와 데쓰오 박사는 "흥미로운" 얘기지만 단 한 사람의 환자에게서 나타난 것인 만큼 비슷한 다른 환자들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템플 대학 의과대학 신경과교수 아우심 아지지 박사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비유, 신경조직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회로를 구성하는 뇌의 구조가 "하드웨어"라면 이 회로 속을 움직이는 화학-전기충격들은 "소프트웨어"라고 말하고 "소프트웨어"가 손상되었을 경우 뇌의 구조적 회로는 언제라도 "재부팅"이 가능하지만 "하드웨어"가 손상되면 약으로 정상기능을 회복시키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암비엔을 생산-판매하는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 제약회사 대변인은 이에 대해 논평하기를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