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소비자가 배송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이유로 카드사 측에 할부철회 및 항변을 요청할 경우 철회기간이 이미 지났거나 업체 측이 소비자의 과실을 주장할 경우 항변이 거부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도 유사한 사례가 제보됐다.
특히, 이 소비자는 카드사에 할부철회를 요청했으나 요구청구일이 다되어서야 '할부철회 기간이 지났으니 업체측과 합의하라'고 답변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구 모(여․33세) 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인근에 있는 한 가구대리점에서 40만원짜리 가구를 구입, 농협BC카드로 할부(3개월) 결제했다.
구 씨에 따르면 가구점에서 1월 4일 오후 2시까지 구입물품을 배송해 주기로 했으나 약속을 어겼고 몇 분 후 업체 배달사원으로부터 다른 집으로 배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가구점에 연락해 항의 후 계약취소를 요구했으나 오히려 업체 측은 '주소지를 잘못 기재한 것은 고객 잘못'이라며 급기야 업체 사장이 집까지 찾아와 '카드 취소를 못해주겠으니 법대로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
구 씨는 다음날 업체 측에 '배송약속 위반 등 서비스 불이행에 따른 환불' 관련 내용증명을 보내고 BC카드사(사장 장형덕)에 할부 결제금액에 대한 지급을 중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카드사 측은 민원사항을 검토해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답변을 기다리던 중 가구점 측은 구 씨에게 '경기도에 있는 공장에서 물건을 가져오느라 배달비(인건비 포함)가 들었으니 18만원을 내면 할부 철회를 해 주겠다'며 배송비를 줄 것을 요구했다. 구 씨는 물건을 사용한 적도 없고, 약속한 일시에 정상적으로 배달되지 않은 만큼 무리한 요구라고 맞섰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측은 요금청구일(26일)이 다되어서야 '이미 업체 측에 돈이 결제됐기 때문에 할부철회가 안 된다. 업체 측과 합의하라'고 답할 뿐이었다고.
구 씨는 "신용카드 표준약관에 고객의 '카드할부 항변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카드사 측이 가맹점 편만 드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현재 업체 측은 실수로 잘못된 주소지로 배송해 놓고 과도한 배달비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업체 측이 어떤 불합리한 행동을 해도 소비자는 참고 당해야 하는 거냐"고 분개했다.
반면, 해당 가구점 측은 "고객이 주소지를 정확하게 적지 않아 배달사원이 다른 아파트로 혼동 한 것"이라며 "고객에게 바로 연락해 당일 배송해주려 했으나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반박했다.
가구점 관계자는 "고객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드렸는데 막무가내로 나와 어쩔 수 없이 배송비와 인건비로 들어간 18만원을 달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고객이 대화자체를 거부해 카드사에 인건비는 감수할 테니 배송비 10만원이라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BC카드 관계자는 "할부계약일로부터 7일 이내면 '할부철회'가 가능하지만 이번 사안은 12일이 지나 철회가 어렵다"며 "고객과 가구업체 간의 주장이 달라 중재를 진행하고 있으나 좀처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할부철회는 계약성립일로부터 7일이내 고객이 계약을 취소하면 전액 환불해 주는 것이고 할부항변은 물건을 받은 후 제품 하자가 있을 경우 고객이 카드결제 지급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할부항변으로 가구점측이 제 날짜에 배달했지만 다른 주소지에 잘못 배송됐다 돌아왔다는 점에서 고객이 물건받기를 거부해 '귀책사유'를 놓고 양측간의 분쟁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따르면 회원은 할부계약서를 교부받은 날 또는 계약서를 교부받지 않은 경우에는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할부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단, 회원이 할부로 구매한 상품 또는 서비스의 대가가 20만원이상일 경우에 한해 카드사 측에 할부항변권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김화철 변호사는 "이 사안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할부계약(간접할부계약)으로 물건을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다"며 "이때 청약철회는 가구업자와 신용카드회사에 내용증명으로 '청약을 철회한다'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내용증명으로 발송해 보내면 된다"고 밝혔다.
할부거래법에서는 청약철회 제한사유로 물품의 멸실, 훼손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례의 경우는 이와 같이 청약철회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물건을 받기 전이므로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배송비 부분에 대해서도 "배달 착오로 인한 운송비 부분은 계약자의 과실이 없다면 배상할 필요가 없다"며 "만약 계약자가 주소를 잘못 적었다 하더라도 가구가격 40만원에 비추어 운송비 18만원은 지나치게 과다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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