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재혼이 사회적으로 크게 늘며 재혼부부의 폭력도 함께 증가하고, 결혼 생활 20-30년의 중년 이상 부부의 폭력 발생 빈도도 눈에 띄게 많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소장 곽배희)는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서울남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상담위탁처분,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아 지난해 한해 상담한 가정폭력행위자 96명에 대한 상담 통계를 분석,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상담 위탁된 가정폭력 가운데 남편에 의한 아내 폭력이 94.8%(91명)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 별로는 40대가 40.6%(39명)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34.4%(33명), 30대가 17.7%(17명)로 뒤를 이었다. 교육 정도는 고졸(36.5%, 35명), 대졸(26%, 25명) 순이었다.
폭력 행사 원인으로는 음주가 30.8%(51건)로 최다를 차지한 가운데 성격차이(21.7%, 36건), 경제갈등(17.5%, 29건), 부부간 불신(16.3%, 27건)이 뒤를 이었다. (중복 응답 가능)
작년에 6.7%(5건)에 그쳤던 음주는 전통적으로 가정폭력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됐던 성격차이를 처음으로 제쳐 눈길을 끌었다.
박소현 상담위원은 "사회적ㆍ경제적 절망감을 술로 풀려는 사람이 늘다보니 음주 문제를 상담하는 가정폭력 사건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음주에 관대한 우리 사회의 문화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상담위원은 "음주로 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은 흔히 '술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술에 전가하고, 잘못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상담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배우자 어느 한쪽이 재혼이거나 모두 재혼인 경우 발생한 폭력이 31.3%(30명)로 2005년 12.7%(6명)에 비해 20% 가량 대폭 증가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박 상담위원은 "사회 전체적으로 재혼 부부가 늘어내는 것과 비례해 재혼 부부 사이의 폭력도 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가족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실혼 부부 사이의 폭력 역시 2005년 3.5%(2명)에서 작년 9.4%(9명)으로 늘어나 법적 구속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사실혼 부부 관계에서 갈등 해결의 수단으로 폭력이 손쉽게 사용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또한 혼인 기간은 10-20년이 32.3%(31명)로 최다를 차지한 가운데, 결혼생활이 20-30년 된 부부 사이에서 폭력이 발생한 경우가 25%(24명)로 2005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는 부부갈등이 오랜 기간 쌓이면서 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보다는 극단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