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난'을 겪었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사이에 또다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 측이 박삼구 회장의 측근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면서 '형제의 난' 2차전의 불이 지펴지고 있는 것.
2일 검찰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 계열 금호피앤비화학의 100% 자회사인 금호알에이씨(옛 금호렌터카)는 최근 서울중앙지검에 렌터카 사업을 대한통운에 양도한 전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더욱이 고소인들은 '배임을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밝혀달라'고 탄원함으로서 박삼구 회장을 정면 겨냥했다. 피소된 전 경영진은 지난 3월까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이모씨 등 4명으로 이들은 소위 '박삼구 회장 라인'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현재 박찬구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과 이에 대한 금호그룹 연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간의 소송전이 진행됨에 따라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에 처한 박찬구 회장이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비자금 의혹 불거지자 배임혐의 소송으로 전면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이석환)는 금호알에이씨 청산인 문동준(57)씨가 이 회사 전 대표 이모(61) 등 전직 임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문씨는 고소장을 통해 "피고소인 4명의 배임을 지시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이들은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금호렌터카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풋옵션 의무를 모두 부담케 해 회사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인수·합병 등 그룹 내 중대 사안은 그룹 오너인 박삼구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만큼, 고소장에 '배임을 지시한 사람'은 박삼구 회장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량기업이던 금호렌터카가 박삼구 회장의 지시에 의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부실을 떠안게 됐고, 그 타격으로 청산절차까지 밟게 됐다는 것.
실제로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12월 렌터카 운영 관련 사업 모두를 대한통운에 넘긴 이후 이렇다 할 사업을 벌이지 못했다. 한때 렌터카 업계 1위의 아성을 자랑했지만 현재는 소속직원이 단 2명 뿐인 페이퍼컴퍼니로, 지난 3월부터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사업청산 과정에서 경영악화의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소송을 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금호석화 비자금 의혹 제보와 금호그룹간의 개연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두 형제를 둘러싼 루머는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12일 박찬구 회장의 비자금 단서를 잡고 금호석화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는 금호석화 협력업체 직원이 수사기관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금호석화 측은 이 직원과 금호그룹과의 연관성을 들며 금호그룹 측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금호석화 관계자는 "제보자와 금호그룹간 연루 심증은 있지만 이번 소송건은 금호알에이씨 청산과 부실화된 이유를 짚고 넘어가기 위해 연초부터 들여다보고 있던 별개의 건"이라며 "시기적으로 두 사건간의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비쳐질 수 있지만 비자금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4월이고, 금호알에이씨에 대한 청산을 선언한 것은 3월이어서 두가지 사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금호알에이씨와 관련한 소송은 경영정상화와 계열분리를 목표로 한 '과거 잔재 털어내기' 일환"이라며 "이 과정에서 비자금 의혹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지만 이 부분은 검찰조사를 통해 혐의 없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형제의 난' 2년 만에 재현 위기…휴전 종식?
공식적으로 금호일가 박삼구-찬구 형제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이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로 박찬구 회장을 해임함과 동시에 자신도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두 형제간의 싸움이 표면화된 것.
이에 앞서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이 2006년 대우건설에 이어 2008년 대한통운까지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형제간 동일 지분 소유'라는 불문율을 깨고 그룹 지주사 격인 금호석화의 지분을 조금씩 매입, 형제간 골이 깊어지게 됐다
이어 두 회장의 해임과 퇴임으로 형제의 난은 일단락 됐지만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금호그룹 주요 계열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지난해 각각 금호그룹, 금호석화 회장직에 복귀한 두 형제는 각각 분리경영을 펼쳤다. 이로써 형제간 갈등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비쳐졌지만 이번 두 건의 검찰조사건으로 둘 사이의 불화와 갈등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류세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