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소원을 별도의 독립기구로 설립해야 한다는 여론을 무시하고 금감원 내 산하 부속기구로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금소원 설치를 위한 법 제정 역시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와 피해구제 방안 마련보다는 권한과 기능재편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관련 시민단체들은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간의 유착관계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금소원을 분리하지 않고 금감원 내에 둘 경우 '금융소비자 보호'는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금감원 '밥그릇 싸움' 혈안, 소비자보호는 뒷전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초 저축은행 부실․비리 사태를 계기로 독립기구인 금소원 설립이 가시화됐지만 금감원 및 금융 관료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금소원 설립 취지는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현 금융시스템을 견제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금융당국의 잘못된 금융정책 및 감독소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강화, 금융회사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소비자 피해예방과 구제, 금융상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교육 등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양상을 보면 금융소비자는 없고 금융당국 두 집단의 '밥그릇 싸움'만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실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지난 5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민관합동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 3개월간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금소원 설립 등을 논의했지만 실상 결과는 '무늬만 혁신안'이란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는 TF에서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 보호 관련 조직을 준독립기관으로 존속시키기로 함'에 따라 지난 19일 정례회의에서 금소원 설치안이 포함된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제정 초안을 보고했다.
금소법 제정 초안의 주요골자는 금소원장은 현 부원장보에서 부원장급으로 격상시켜 금감원장이 제청해 금융위원장이 임명토록 하고, 금융회사 임직원 제제권한은 원칙적으로 금융위가 갖되 경징계 권한만 금감원장에 위탁한다는 내용이다.
금소법 제정안 내용이 알려지자 금감원은 '관치금융'을 비판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항의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금융위가 금감원의 핵심기능인 검사권과 제재권을 침탈하려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는 수년째 계속되어온 두 기관의 '알력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금융계 "금소원 분리 등 금융감독 개편안 다시 마련해야"
금융위는 금감원과 협의를 통해 이달 말이나 11월 초에 금소법 입법예고를 하고 가급적 올해 안에 국회제출도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금감원의 반발이 심해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소원 설치 문제도 독립성 측면에서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를 목적으로 독립성을 부여한 기구를 설치하기 위해 금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은행, 보험, 증권 등 각 권역 구분없이 통합법을 만들어 펀드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 피해를 예방하고 분쟁조정제도 강화와 불완전 판매시 과징금 도입 등 여러 가지 소비자보호 장치를 강화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소법 제정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좀 더 협의가 필요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며 "금감원에서 금융위가 관치금융을 한다고 하는데 이미 부원장급은 금감원장의 제청을 받아 금융위에서 임명하고 있기 때문에 금소원장에 대한 임명절차 역시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금소원 분리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현재 국무총리실에서 소비자 보호는 물론 감독체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에 대한 연구용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계와 시민단체들은 금소법이 제정되더라도 금소원이 금융당국 산하에 있는 한 사실상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금소원을 별도의 독립기구로 두는 것은 금융정책 주체인 금융위와 감독 주체인 금감원을 소비자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견제, 감시하기 위함인데 이를 금융당국 산하에 설치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금융정책 실패와 감독소홀, 사후정책 미비 등 금융당국을 견제할 기구가 현재로선 전무하다"며 "금소원 분리 등 전반적인 금융감독 개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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